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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흔적

말하기 애매했던 그 부끄러운 경험














매일밤 약 10-15명의 사람들과 함께(실은 맨앞에서) 춤을 추면서 수도 없이 틀리는 것?
2000여명이 보고 있는 공연에서 삐끗한 것?
발표 중에 할 말을 자꾸 까먹어 쩔쩔매는 것?

사실 이런 건 부끄럽지 않다. 
아니, 부끄럽긴 한데 기억에 담아둘 정도는 아니다.

친구들에게 굳이 꺼내어서 말하긴 참 애매하고 그렇다고 당사자들을 다시 불러모아 해명하기도 애매한 그 경험..-_-

2009년 여름
계절학기 한 과목을 마지막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었던 시절.

항상 바쁘고, 무언가 했어야만 했던 10학기의 대학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어느 정도의 기간은 걍 놀아보자'는 마인드도 참 좋았을 것 같은데
천성이 빈둥대는 것을 견디지 못하여 한창 뭐 할 일 없을까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예전에 같이 글을 쓰던 친구들이 함께 글을 써보자고 연락이 와서 회의자리에 나갔다.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섞여있는 자리에선 자기소개가 필수. 한명씩 돌아가며 이름을 말했다. 
사실 그런 자리에서 한 번 본다고 이름을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_-;;; 대충 듣기 마련인데...
문제는 모임을 주재하는 이의 친절에서 비롯되었다.

필명을 쓰는 공간이었으므로 다들 본명과 필명을 함께 말하고 있었는데 
어느 이가 필명만 말하자 친절하게 옆에서 본명을 알려준 것.
문제는 그 본명을 내가 이름으로 알아듣지 못하고 2008년에 나와 인연을 맺은 바 있는 한 단체 이름으로 알아들은 것이다.

'아, 이 사람이 내가 어색해할까봐 일부러 나와 연이 있는 단체도 알려주는구나'

라고 생각해 덥석 /아 그럼 저 아세요?/ 라고 물어보았다. 
당연히 알 리가 없는 상대방은 /아니요 '-'/라고 말했고 뻘쭘해진 나는 
/아 제가 작년에 XXXXXX 회장이어서요/
/....../
/아, XXX라고 하시길래/

여기서 다시 나의 발음이 문제가 있었는지 아니면 그 단체와 정말 그 이의 이름이 같거나 비슷했는지 모르지만 여튼 그분은

/네...../
/아, 네..... 언제 뵜을 것 같은데 아시나 해서/

내가 의미한 언제는 2008년을 의미했지만 이미 상황은 안드로메다였고 어색한 침묵이 약 1.8초 정도 지속되었다. 그리고

다시는 그 분을 보지 못했다.

여러 복잡한 사정으로 인하여 그 모임에 나가지 않게 되었는데 
나중에 커뮤니티에서 이름을 확인해보니 내가 무슨 짓(?)을 한건지 알 수 있었다.

흐미........
난 그저 갑자기 처음 본 사람에게 /회장이었어요/를 말한 -_- 인간이 되어버렸다.
그 사람(들)은 날 어떻게 기억할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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