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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흔적

열린교실을 추억하며













제목을 어떻게 붙일지 고민이 되어서 이렇게 하긴 했는데..
정작 예전 열린교실과는 별반 관계없는 내용입니다  ^^;; 추억 돋아서


순전히 돈.이. 없.다.는. 이.유.로. 우리 전공 다른 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청소년대상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첫 모임의 단상은 참... 복잡미묘하다. 일단 첫 인상은 왠지 좋았다. 1기 참여한 학생들의 살가움 덕분이었는지, 아니면 첫 참여지만 워낙 옆에서 계속 지켜봤기 때문에 약간 앞마당 같은 느낌(-_-;;)이 들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ㅋ 돈 때문에 신청한 일 치고 재밌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부분 과거의 '열린교실'을 연상케하는 대목들이 있었기에 왠지 오랜만에(과외 안한지도 꽤 됐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약간 '교사스러운' 일을 한다는 것에도 약간은 설렜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열린교실'이 연상되면서 오히려 문제가 생겼다. 프로그램 1기에 참여한 사람들이 나름 고민한 끝에 전체 내용을 갈아엎었는데(이는 발전적인 방향이라 생각된다) 그에 대한 대비는 왠지 부족해보였기 때문. 참여한 교사들의 주체성을 강조했던 열린교실의 경우, 행사 두 달 전부터 워크샵 및 교사모임을 통해 교사들이 교감을 시작하고 수업내용 준비도 몇 주간에 걸쳐 이뤄졌다. 그런데 당장 다음주 토요일에 프로그램 시작인데 전부 갈아엎었다니 이건 뭐지 @_@ 이런 느낌?

좀 수동적인(-_-ㅋ) 포지셔닝을 생각하고 들어왔기에(돈 때문에 시작했으니...) 당황하고 있는 와중에 이어지는 원투펀치. 프로그램 개발자라는 사람이 와서 개발 취지에 대해 강연이라는 걸 했는데,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강연 전반의 맥락은 사회문제에 대해 빡세게 고민하고 대안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기에 뭐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최근 한국 사회의 여러 '죽음'의 문제들에 대해 언급하는 방식, 그리고 마치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는 뛰어난 개인'이 필요하다는, 약간 설교식의 스토리를 늘어놓고 은연 중에 자기 잘났다는 표현을 하는데 참 ㅋㅋ 어이가 없더라(분명히 이 사람은 약자의 위치에 서본 적이 없을 것이라는 느낌). 전반적으로 비슷한 프로그램이 엄청난 성과가 있다느니 띄워주는 분위기부터 시작해서 학교교육에서 못하는 걸 채워줄 수 있는 대단한 것인양(이미 이런 비슷한 거 현장에서 훨씬 잘 하는 교사들도 있거든요.. -_-;;;) 생각한다는게 드러난 시점에서는 정말 ㅋㅋ 나도 잘난 거 하나 없지만 이 사람들 진짜 자기 잘난 줄 알고 사는구나 싶었다(격한 표현이지만 실제로 나쁜 사람들 절대 아님. 그냥 이 프로그램 문제점 지적하자면 엄청 많은데 거기에 대해 비판을 아무도 안한듯).

암튼 -_- 도저히 못할 것 같아서 고뇌에 빠져 여기저기 대타를 구하는 연락을 돌렸는데, 실제 프로그램에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는 주제별 소모임이 시작되니 좀 나아졌다. 재량껏 할 수 있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아서 +_+ 아 이건 좀 내 맘대로 할 수 있겠구나, 싶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눈 앞에는 어제 결제한 아이패드가 지나가고 ㅠㅠㅠㅠㅠㅠ

암튼 나는 사실 이 프로그램이 뭐 별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그냥 n개의 교육실천 중에 하나로 보고 있다. 진짜 돈 문제가 아니면 시작하지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대충 때울 생각도 없다. 학생들과는 즐겁게, 의미있는 경험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최대한 운영진에게는 까칠하게 대할 생각이다(태도는 착하게, 발언은 까칠하게 ㅋㅋ). 그리고 3기는 절대 안하는 무책임함으로 마무리를... 쿨럭;;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이 들어서 급하게 글을 남긴다. 아마도 열린교실에 대한 추억 때문에 이러겠지... 기억이 미화되기 마련이라지만, 최소한 그 때는 주제도, 포맷도 내가 열심히 고민했기에 힘들지만 즐거웠고 결과적으로 나의 역량도 쌓일 수 있었는데.. 어중간한 자율성과 진정성의 부족이 어우러져 어떤 괴물을 만들어낼지 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3주간 토요일 하루를 다 바쳐야 하는ㄷㅔ ㅋㅋ 즐겁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런저런 방향으로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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