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결산
올해의 맥주: 산토리
올해의 안주: 녹두거리 꼬꼬 닭강정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는 5515라인 닭강정집. 대성닭강정 이후 녹두에 먹을 만한 닭강정이 없다고 ㅠㅠ 왜 녹두엔 가마로가 없냐며 한탄하던 어느 날, 우연히 먹어본 닭강정 맛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 뒤로는 닭강정/치킨류 생각날 때는 꼬박꼬박 여기서 사다 먹었다. 적당히 바삭하고, 기름맛이나 닭비린내가 없는 편이어서 좋다. 다만 이제 바로 옆에 가마로닭강정이 생겼다는 게.... 그리고 이 닭강정만큼이나 놀라운(?) 발견은 녹두 메인거리 본스치킨에서 파는 탕수육이다. 안심살이어서 부드러운데 겉은 바삭하고, 양념도 괜찮고 +_+ 양이 많다보니 닭강정만큼 자주 먹진 않았지만 먹을 때마다 만족함.
올해의 맛집: 성민양꼬치
관악구 맛집이 거기서 거기다. 그래도 2-3년 전부터, 샤로수길이라고 서울대입구-낙성대 가는 길에 트렌디한 가게들이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래봐야 서울대입구 최고의 맛집은 성민양꼬치 아니겠나 싶다. 양꼬치도 항상 만족스럽지만, 올해는 호남닭고기나 호남새우가 더 기억에 남는다. 양꼬치엔 칭따오 ㅇㅇ 녹두호프나 쿠시야 같은 전통의 강자(?)를 더 자주 찾긴 했지만,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뭔가 의지하는 친구들과 함께 찾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올해는 성민이 최고.
올해의 행운: 전역
올해의 득템: 수입맥주 전용잔
올해의 여유: 영화(146편)
작년에는 군인이라는 신분 덕분에(?) 책을 106권 봤는데, 올해는 뭐 비슷한 이유로 책보다는 영화를 많이 봤다. 아무래도 왓챠의 유혹에 많이 넘어가서인듯 ㅋㅋ 장르별로는 로맨스/멜로/드라마가 57편(best_맨 프롬 어스). 액션/판타지가 24편(best_앤트맨). 스릴러/범죄/공포 8편(best_고백). 애니메이션 25편(best_인사이드 아웃). 코미디 17편(best_미쓰홍당무). 다큐멘터리 15편(best_인사이드 잡). 그 외 단편 애니 28편(best_겨울왕국 열기). 다큐멘터리를 좀 많이 보고 싶어서 찾아놓긴 했는데 역시나 스트레스 해소에는 픽션이 ㅎㅎ
올해의 문학: 조지 오웰,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작년에 본 책은 106권. 올해는 54권. 이 차이의 대부분은 문학이다. 작년에는 결산할 때 장편소설/단편소설집/에세이집으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문학서를 많이 봤는데 올해는 거의 ㅠㅠ 메마른 한 해였달까(부족한 감수성은 영화로 채웠..). 여튼 그 와중에 제일 좋았던 건 조지 오웰의 르포. 소설을 고르기엔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어서 아예 카테고리를 없앨까 했지만 르포도 문학이니. 이런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어떤 글을 쓰든 이 르포에서 보이는 그의 태도만은 항상 염두에 두고 싶다.
올해의 책(교육): 프랭크 도너휴, <최후의 교수들>
이 시대 대학이 직면한 문제를 '교수'의 관점에서 진중하고, 솔직하게 풀어낸 책. 대학이라는 시스템을 낭만으로 채색하지 않는 현실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현실이 담고 있는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해내는 비판의식이 매력적이다. 미국에서 인문학을 하는 교수가 쓴 책이지만, 한국에서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들도 풍부한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올해의 책(인문): 오창은, <절망의 인문학>
몇 년 전 학계의 핫 이슈였던 '인문학 위기론'은 소위 실천인문학, 제도 바깥의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영토를 통해 극복되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원래 인문학의 위기란 그저 제도권/강단 인문학의 위기였을 뿐이라는 인식이 퍼졌고, 나도 어느 정도는 동의했다. 다만 그렇게 결론내고 끝, 이라며 돌아서기엔 인문학의 위기를 둘러싼 많은 질문이 그대로 묻혀버린다. 이 책은 바로 그 '질문들'을 다룬다. 허상이든 현실이든 그 어디쯤에 있든 '인문학의 위기'라는 현상을 읽고자 한다면, 시간을 내어 읽어볼만한 책이다.
올해의 책(사회):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나오자마자 읽고 싶었는데 한참을 미루다가 가을이 되어 읽었다. 인류학/사회학적 사유를 텍스트로 무리없이(!?) 표현하는 것이 참 쉬운 일이 아닌데 하나의 지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물론 흉내내는 것조차 어렵지..). 기회가 있을 때 김현경 선생님의 수업을 들어보지 못한 게 정말 아쉽다. 한 사람, 한 사회, 그리고 여러 사회의 관계 안에서 /존재/의 의미를 고려할 때 항상 다시 돌아보게 될 것 같은 책.
올해의 게임: 서머너즈 워
한 6월쯤부터 폰을 쓸 수 있을 때마다 했던 게임. 뭐랄까 특별한 노력을 요구하지 않고, 뭔가 수집욕도 자극하고, 어설프지만 육성의 재미도 있어서 지금까지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폰 게임 이렇게 오래 하는 건 오랜만인듯.
올해의 만화: <슬램덩크>
올해의 웹툰: <술꾼도시처녀들>
특별히 빠져서 본 웹툰이 없는 한 해였다. 레진에 재밌는 웹툰이 많아보였는데, 별로 여유가 없다보니 접근성 높은 포털 웹툰들만 쭉 따라갔다. 기억에 남는 작품들을 꼽자면 <게임회사여직원들>이나 <술꾼도시처녀들>, <죽어도 좋아!>처럼 다음에서 연재되는 말랑한 것들이.. 그 중에서 베스트는 <술꾼도시처녀들>이다. 마지막에 포함돼있는 안주짤이 사람을 울리는.. ㅠㅠ 밤에 보면 안된다.
올해의 매체: ize
작년에 이어 올해의 매체도 ize. 올해 ize는 뭔가 무르익은 느낌이다. 전방위적인 문화비평을 전개하는 생산성도 그렇지만, 성인지적 관점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여성 예능인에 대한 특집이나 <뷰티풀군바리>에 대한 비평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요런 분야 비평쪽에선 당분간 가장 핫한 매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올해의 무한도전: <끝까지 간다> 특집
올해 무도는 여러모로 안타까웠다. 사실 <식스맨>은 상반기 내내 화제를 뿌렸고, 막판에도 <공개수배> 특집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화제가 되는 건 되는 거고, 그냥 전반적으로 지쳐있다는 느낌이 역력한 한 해였달까. 꾸역꾸역 일정 퀄리티를 '뽑아내고' 있는 게 대단하다고 해야할지.. 무도는 물론 지상파의 다른 가능성 넘치는 예능 프로그램들에도 얼른 시즌제가 도입되면 좋겠다. 여튼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끝까지 간다> 특집. <공개수배>도 재밌긴 한데, 역시 무도 멤버들 사이의 케미가 돋보여서 그런가 여기에 마음이 가네. 노홍철과 길이 없는게 참 아쉽기도 하고
올해의 TV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매년 올해의 <무한도전>을 꼽는 건, 무한도전이 항상 '올해의 TV프로그램', 혹은 '올해의 예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솔직히 2015년 최고의 TV 프로그램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인 것 같다. 초창기에 자리를 잡는데까진 백주부의 역할이 컸지만, 백주부가 하차한 후에도 '콘텐츠 방송'의 저력을 이어가고 있다. 각 방송사에서 그냥 블루오션 정도로만 생각하던 MCN사업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도 아마 <마리텔>의 성공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올해의 한국 영화: <미쓰 홍당무>
내가 왜 이걸 이제 봤지 ㅋㅋ언제고 봐야지 봐야지 했는데 요상하게 안 땡겨서 미루다가 드디어ㅋ 내가 본 한국영화 중에 최고의 블랙 코미디. PC하게 따지자면 불편하지만, 이런 B급 영화는 어느 정도 내려놓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의 외국 영화: <고백>
강렬한 포스터 문구 때문에 별만 찍어놨다가, 영화가 시작하고 3분도 채 되지 않아 무섭게 빨려들어갔다. 어떤 점에선 유치하고 또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인간성'의 소름끼치는 단면을 드러내기 위해 사고실험을 극단으로 밀어붙이고, 그걸 구체적인 이야기로 만들어냈다는 점이 정말 대단하다. 다시 보고 싶지는 않다는 게 함정.
올해의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잡>
탐사보도 다큐는 이렇게 찍는구나 싶은 느낌. 한국 버전이 절실히 필요하다. 올해는 일부러라도 다큐를 좀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에 <인디게임: 더 무비>라든가, <맨 온 와이어>, 기타 EIDF 상영작 등등 재밌는, 수준 높은 다큐들을 접할 수 있었다. 대개 다 비슷하게 좋았는데, 뭐랄까.. 임팩트 측면에선 <인사이드 잡>이 가장 커서 이걸로 선정.
올해의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
올초에 <빅히어로>를 보고 올해의 애니메이션 영화는 무조건 <빅 히어로>겠다 싶었는데, <인사이드 아웃>이 나와버릴 줄이야. 2014년에 트레일러 떴을 때도 기대하긴 했는데 기대를 뛰어넘는 완성도가 나와서 참 행복했다. <빅 히어로>는 뭔가 귀염귀염함으로 도배돼있고, 적당히 따뜻한 메시지가 있어서 좋았다면, <인사이드 아웃>은 극단적인 귀여움을 보여주는 캐릭터는 없지만, 사람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린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전자가 기본적으로 오락영화라면 후자는 코믹하게 풀어낸 드라마에 가깝달까. 여튼, 대단한 영화다.
올해의 배우: 정유미
영화도 많이 보고, 드라마도 많이 봐서 기억에 남는 작품들은 참 많았는데, 누군가 한 명 기억나는 배우는 없는 한 해였다. 배우 개인의 매력이 가장 돋보였던 작품은 <로맨스가 필요해 2012>가 아니었나 싶다.
올해의 캐릭터: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백주부
게임 끝. 솔직히 올해 MBC 연예대상은 백종원 줬어야 한다. 화제성이나 예능의 확장 측면에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따라올 프로그램이 없고(진짜사나이는 화제는 되지만 프로그램이 쓰레기고 복면가왕은 나가수 계열의 변주라는 점에서 어디서 본 느낌이니까), 사실 <마리텔>이 제대로 자리를 잡는 동안 백주부가 하드캐리한 건 누구나 인정할 테니까. 예능인이 아니어서, 그냥 '출연자'여서 상을 안 준건지 모르겠지만 뭐.. 여튼 백종원에 대해서는 썰을 풀자면 끝이 없으니 조만간 글을 쓸 예정(7월부터 조만간 쓸 예정이었다는 게 함정)
올해의 미국드라마: <뉴스룸> 시즌3
미드 정말 많이 보긴 했다. <셜록> 시즌3는 영드지만 일단 같은 계열올해도 미드 꽤 많이 봤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3, <화이트 칼라> 시즌6(시리즈 피날레), <에이전트 카터> 시즌1, <데어데블> 시즌1, <왕좌의 게임> 시즌5, 그 외 몇 년째 보고 있는 <굿 와이프>, <빅뱅이론>, <그레이 아나토미>까지. <에이전트 오브 쉴드>가 뭔가 성에 안 차서 시즌2부터 안 보고 있는데, 같은 마블 시리즈임에도 <에이전트 카터>나 <데어 데블>은 훨씬 만듦새가 좋았다. <하오카>는 시즌1, 2의 초기 끗발이 좀 죽는 느낌이었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편이었고, <굿 와이프>는 진짜 전 시즌 통틀어 가장 속도가 넘치면서 뒤통수를 때려대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명불허전 <왕좌의 게임>은 이번 시즌도 미친 클리프 행어 -0- 슈뢰딩거의 존 스노우를 남기며 화제작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쟁쟁한 작품들을 제치고 올해 내 베스트는 <뉴스룸> 시즌3. 이건 사실 이번 시즌이 특별히 재밌었다기 보다는 완결된 시리즈 전체에 대한 애정에 가깝다. 시즌1에서 아주 멋진 '언론'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손석희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들은 것 같다), 시즌2에서는 그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주었고, 시즌3에서는 좌절을 담아냈다. 시즌3는 그 좌절을 섬세하게 다루기엔 좀 짧은 느낌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별로였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여튼, 아마도 최고의 미드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올해의 일본드라마: <오센>
올해 일드는 <오센> 하나 봤다. 그것도 백종원을 소재로 한 글을 쓰기 위해 보기 시작했는데.. 다시 봐도 정말 잘 만든 드라마다. 참 보수적인 이야기인데도, 그 가치를 억지로 강변하지 않는 느낌이 좋다. 여기서 풀 수 있는 썰도 (7월부터) 조만간 쓸 예정인 원고에서.. ㅠㅜ
올해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암살교실>
애니메이션을 별로 안 봤다. <토라도라> 복습 한 번 했고, 그 외엔 8월말이었나 9월이었나 <암살교실>을 봤다. 교육공동체 벗 카페에 조합원이 올린 추천글을 보고 언제고 봐야지 기억해놨다가, 입사지원서 쓰던 시기에 멘탈 관리를 위해 정주행.. ㅋㅋ 재밌었다. 설정이 좀 작위적이긴 하지만 그런 걸 내려놓고 본다면 ㅋㅋ 경쟁지향적인 학교 체제에 대한 비판이 전면에 등장하는데, 솔직히 난 그런 내용보단 '암살'과 '성장'의 연결고리가 좀 재밌었고(요것도 글로 써보고 싶다), 무엇보다 개그코드가 좀 나랑 맞았다 ㅠㅠㅠㅠ 시즌2 안 나오나 모르겠네. 여유 생기면 바로 복습해야지 ㅋㅋ
올해의 한국드라마: <학교 2013>
한국 드라마는 <로맨스가 필요해 2012>, <학교 2013>, <후아유>, 이렇게 세 시리즈를 봤다. <로필2012> 볼 때는 이게 올해의 드라마가 되겠구나 싶었다. 별로 공감가는 연애스토리는 아니었지만, 캐릭터와 이야기 자체의 매력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후아유>가 한창 방영되던 시기에, 이거 재밌다고 보라고 막 그런 얘길 여러 차례 들었다. 그럼 <학교2013>부터 보고 <후아유>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충.격. 정작 <학교2013>이 방영 중일 땐, 내가 워낙 멘탈이 안 좋아서(석사논문 쓰던 시기..) 막 화제니 어쩌니 해도 안 봤는데 허허 한국에서 이런 드라마를 만들 수 있구나. <학교2013>에 대해서는 <오늘의 교육>에 글로 한 번 쓴 적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교사들의 포르노라고 생각한다. 난 별로 교사교사함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참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뻔한 이야기를 뻔하게 풀어내는 게 대단하달까.
올해의 노래: 김보경, <혼자라고 생각말기>
이건 <학교2013> 빨이긴 한데, 루나가 부른 것도 들어봤지만 애초에 곡의 감성이 김보경 보컬과 훨씬 맞는 것 같다. 덕분에 김보경의 다른 노래들도 좀 찾아보게 됐고.. 판에 박힌 연애 스토리 일색의 대중가요판에 이렇게 '위로'와 '기댐'을 담아낸 가사를, 호소력 있는 보컬로 불러줬다는 것만으로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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