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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단상

샤:인 논란 단상



샤:인 논란 단상



신입회원 면접시 갑질논란으로 이슈가 된 서울대 학생홍보대사 '샤인'의 예산사용내역이 공개되면서 정말 난리가 났다.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이다. 갑질논란까지만 해도 해체까진 안되고 사과문 나오고 끝날 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예산 사용 승인한 본부 관계자들까지 줄줄이 엮어서 징계할 수 있는 사안처럼 보인다. 



출처: 총학생회 페이스북


갑질논란 당시 트위터에 쓴 적이 있지만, 문제는 폐쇄성이다. 스누라이프와 소수자 위원회 조사를 통해 공개된 자료들을 보면 몇 년 전부터 압박면접이랍시고 인신모독을 일삼는 걸 서로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자정작용이 이뤄지긴 커녕 갈수록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건 그런 상황을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 조직내에 원래 없었으며, 새로 유입되는 사람들도 비슷한 코드를 공유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말도 안되는 예산 사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본부에서 지원되는 예산은 세금 아니면 등록금이다. 동아리나 학생회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중앙동아리에 지원되는 예산, 아무리 열심히 활동해서 캠퍼스 복지에 기여한다 해도 1년에 몇십 만 원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이걸 동아리 회원수로 1/n 하면 1명당 돌아가는 지원금은 훨씬 적다. 총학에서 공개한 내역을 보면 상대적으로 천문학적인(?) 예산을 '사치스럽게' 사용한 게 맞다. "상식적으로" 그렇게 쓰면 안 되는 돈이다. 본부 학생처에서 몇 명만 보고 결재하는 내역이다 보니 아무도 지적을 안/못할 수밖에 없다. 총학생회는 물론, 단과대 학생회급만 해도 예산을 어떻게 썼는지 대의원들에게 철저하게 검증 받는다. 영수증 아무리 갖춰서 제출해도 금액이 과다하거나 목적에 맞지 않는다 생각되면 털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공금을 쓰면서 이런 절차를 갖추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다. 

 

난 학생자치활동의 경험에 의미를 크게 부여하는 편이다. 그 안에는 분명 성장의 반짝임이 있다. 그 반짝임은 대개 다른 세계와의 만남, 자기 세계가 깨져나가고 다시/함께 결합되는/하는 타자와의 교류 안에서 나타난다. 이게 정말 그동안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던 문제였다면, 지금 사실상 '범죄자'로 낙인 찍힌 당사자들을 지나치게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 이번 사건이 어떤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식기구로서 학생홍보대사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개인적으로 더 중요한 건 학생처를 비롯해 서울대 행정기구의 예산관리체계를 탈탈 터는 것이라고 본다. 서울대 국정감사가 끝났는지 모르겠는데 이 문제를 지적하는 의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학생홍보대사 건만 보면 자극적인 언론 기사 몇 개 나갈 수 있는 수준이지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이 목소리 높일 급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법인화 이후에도 국립대 타이틀 달고 무지막지한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에서 예산 사용을 얼마나 개판으로 하고 있는지 털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는 있지 않을까? 법인화되기 전에도 국감에 비협조적이고 적반하장으로 고압적이기까지 했던 서울대가 과연 얼마나 피감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할지는 모르겠지만 비정규직 고용문제와 더불어 국감에서 꼭 언급됐으면 하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