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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잉여의교육학

잉여의 교육학을 시작하며














잉여의 교육학을 시작하며




한국사회에서 잉여의 의미는 이중적이다. 잉여란 기본적으로 생산적이지 못한, 그래서 쓸모없는 존재를 뜻한다. 하지만 동시에 잉여는 그러한 비주류성에 근거한 유희정신, 그리고 창발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 카테고리의 제목인 잉여의 교육학은 바로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여기에서 풀어낼 이야기들은 학계의 엄밀하고 체계화된 이론적 검증을 거친 것들이 아니다. 즉 학문후속세대로 할 수 있는 대학원생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 쓸데없는 시간낭비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암암리에 가정하는 교육이라는 테두리, 그리고 일반화된 교육학이라는 학문의 테두리 바깥의 잉여로 존재하는 콘텐츠를 통해 교육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테두리 내부의 고민을 풍부하게 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사람들이 흔히 교육하면 바로 떠올리는 이미지들과 조금은 이질적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징후들, 그리고 대중문화 콘텐츠의 몇몇 장면들을 펼쳐놓고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풀어갈 생각이다. 그 아이디어 안에는 학교/교실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교육의 이미지를 벗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익숙한 장면 안에서도 그동안 배경에 묻혀있던 것들을 전경으로 불러내는, 가려져있던 존재와 현상에 빛을 비추는 시도 역시 포함된다.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바라보는 것, 낯선 대상을 익숙한 언어로 풀어내는 것 - 둘 다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교육이라는 현상에 매료된 나로서는 이 험난한 작업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약간 짜릿하다. 부디 그 짜릿함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공유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잉여가 넘쳐나는 세상에 여기 또 하나, 새로운 잉여짓의 시작을 알린다.



ps 이 카테고리의 글들은 대개 '교육공동체 벗'에서 내는 격월간 교육전문지 <오늘의 교육>에 기고한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