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고/리뷰

[논문] 경험학습인증체제에 대한 개관














2012년 봄학기 성인학습이론연구 리뷰페이퍼

 

Alan. M. Thomas (2000). Prior Learning Assessment: The Quiet Revolution. In R. Arthur L. Elisabeth R. (Eds.), Handbook of adult and continuing education (pp. 508-522). Jossey-Bass.


이정표 (2003). 경험학습 인증체제의 구축 방향 탐색평생교육학연구, 9(2), 79-98. 




경험학습인증체제 개관



경험학습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넘어 실제로 한 사회에서 개인의 경험학습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 즉 어떻게 경험학습인증체제를 구축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은 평생학습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Allan Thomas의 논문에서는 학습이 심리학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문화적인 현상임을 지적하고, 경험학습인증(Prior Learning Assessment)에 대한 탐구는 학습의 이런 문화적 속성을 더욱 잘 드러낸다고 설명한다. 이 논문에서는 경험학습인증과 관련된 개념들, 경험학습인증에 필요한 절차, 경험학습인증과 관련된 논의가 시작되고 전개된 과정, 이데올로기로서의 측면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며 경험학습인증의 의미를 탐색한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경험학습인증과 전통적인 교육을 끊임없이 대조시킨다. 전통적인 공교육에 학생student이 있다면, 경험학습인증에는 학습자learner가 있다. 저자에 따르면, 경험학습인증을 통해 드러나는 학습자는 학교에서 배우는 학생들과 다른 방식으로 학습경험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과연 그러할까? 우리가 흔히 리터러시라고 부르는 어떤 역량들이 정말 학교 바깥의 학습경험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걸까? 경험학습인증의 절차와 관련된 논의에서 저자는 시험이나 특정한 방식의 면접은 비슷한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학교에서 잘 적응한 사람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경험학습인증이 상정하는 사적인 학습 경험공적인 학교 교육은 다루는 지식/기술/태도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 방식까지도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걸까? 머리로 생각하기에는 워낙 학습 경험이 발생하는 맥락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 당연히 그럴 것 같지만, 실제 경험연구를 해보면 생각보다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든다.

몇 가지 사소한 부분에 대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경험학습인증이 조용한 혁명이라는 저자의 주장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경험학습인증을 두고 제기되는 질문들은 닫힌 체계로서의 교육이 아니라 꽤나 열려있는 인간현상으로서 학습에 보다 주목할 수 있게 해준다. 앞으로 경험학습인증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벌어질 치열한 논쟁들이 교육학 담론의 진화/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한국에서 어떻게 경험학습인증체제를 구축할 것인지 다루고 있는 이정표의 논문에서는 특별히 이론적인 쟁점이나 사회의 다양한 측면에 있어서 가져올 수 있는 기대 효과, 여러 층위에서 예상되는 문제점 등이 잘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경험학습인증체제가 그만큼 낯선 제도임을 뜻할 것이다.

이 논문을 읽고 의문이 들었던 부분은 전통적인 학교교육(형식교육) 중심의 평가인정은 선발이 주된 목적이었지만, 경험학습에 대한 인증은 평생에 걸친 학습에 주된 목적이 있다는 서술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경험학습의 인증 목적이 개인의 계속학습에 대한 관심이나 동기를 지원하는데 있는 경우에는 방법, 절차가 그리 엄격하거나 복잡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인증 결과가 사회적 선발에 있어 중요한 지표가 될 때. 인증 기준이나 방법에 대해 표준화, 객관화, 합리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저자는 이 논문 전반에 걸쳐 표준화, 객관화, 합리화를 끊임없이 역설하고 있다. 이는 경험학습인증체제가 결국에는 사회적 선발 기능을 중심에 두고 구축될 수밖에 없다는 가정을 드러낸 것이 아닐까?

이는 유독 학교가 교육보다 평가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받는 한국사회에만 적용되는 특징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학습이라는 인간현상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고, 제도를 구축하고자 해도 지식경제사회에서 경제담론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새로운 자격인증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기존의 학력체계로 포괄하지 못하는 학습이 있기 때문이지만, 그렇게 포괄되지 못하는 학습을 가시화할 필요성은 노동시장의 선발에 참고할 정보에 대한 요구가 있기에 더욱 강조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점을 의식하게 된다면, 과도한 스펙경쟁이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경험학습인증체제를 잘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교육의 영역에 걸쳐있는 이 제도를 통해 경제체제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