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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리뷰

[논문] 성인학습에서 경험의 의미














2012년 봄학기 성인학습이론연구 리뷰페이퍼

 

Billett, S. (2009). Conceptualizing learning experiences: Contributions and mediations of the social, personal, and brute. Mind, Culture, and Activity, 16(1), 32 - 47.


Michelson, E. (1996). Beyond Galileo's telescope: Situated knowledge and the assessment of experiential learning. Adult Education Quarterly, 46(4), 185-196.


Usher, R. (1989). Locating experience in language: Towards a poststructuralist theory of experience. Adult Education Quarterly, 40(1), 23-32.



성인학습에서 경험의 의미



 논문들은 각각 경험과 관련된 성인학습에 있어 전통적으로 가려져있던 요소들을 전면에 드러내며,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먼저 Billet학습 경험을 사회적 요소와 개인적 요소가 협상하는 과정으로 개념화하며, 그동안 경험학습과 관련된 논의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brute facts’가 가지는 중요성을 지적한다. Billet가 말하는 ‘brute facts’는 사회적 요소와 개인적 요소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연령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서로 다른 사회적 요구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같은/비슷한 사회적 요구에 대해서도 각 개인은 신체의 발달과 성숙, 노화 같은 차이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Billet은 각 개인이 자신의 학습경험을 협상해가는 과정에서 온전히 사회적이지도/개인적이지도 않은 이 brute facts들이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Billet이 얘기하는 ‘brute facts’라는 것이 단순히 학습경험을 논하는데 있어 암암리에 존재해온 개인과 사회의 이분법을 넘어서기 위해 등장한 수단인지, 아니면 기존에 젠더연구자들이 서구적 합리성을 비판하며 제시한 ’, ‘감정에 대한 논의와 맞닿아있는 개념인지에 관한 의문이 떠오른다. 사실 후자로 보기에는 굳이 새로운개념이라 할 수 있는 brute facts를 제안하지는 않았을 것 같고, 글에서 brute facts에 대한 설명이 주로 성숙/노화/장애와 같이 생물학적인 요소에서 출발해 사회적인 생존으로 나아간다는 점을 놓고 본다면, Billetbrute한 요소들이야말로 모든 경험의 출발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작 그 brute한 요소들이 학습경험의 협상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학습경험을 이해하는데 있어 꼭 고려해야할 brute한 요소에 감정은 포함되지 않는지 등등 이 글만 읽어서는 해결되지 않는 의문들이 존재한다.


Billet은 같은 사회적/물리적 세계에서도 각각의 개인이 서로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같은 교육기관을 거쳤다 하더라도 꼭 같은/비슷한 경험을 하리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그렇게 개인의 삶의 맥락에 따라, 혹은 사회적 조건들의 차이에 따라, 천차만별로 이뤄지는 학습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평가하고 인증할 것인가는 중요한 쟁점이라 할 수 있다. Michelson의 논문은 이와 관련해, 상황화된 지식situated knowledge이라는 인식론적 배경 아래에서 경험학습의 평가와 인증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논한다. Michelson에 따르면 지식과 경험은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 지식과 경험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서로를 구성한다. 따라서 다양한 경험에 근거해, 지식은 국지적으로local, 이해관계에 치우쳐interested, 관계적으로relational 형성된다. 그렇다면 학습경험의 평가/인증체제는 결국 다양한 지식의 양상들이 경합하는 장으로 떠오를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변화가 가능한 일일까? Michelson도 언급하고 있듯, 학습경험의 평가와 인정은 자원의 배분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역학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물론 자격증/시험이라는 형식 때문일 수도 있지만, 소위 구직시장에서 가산점이 크게 붙는 자격증 시험이 생기면 구성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학습경험을 구성해가기보다는 그 가산점붙는 자격증을 준비하는데 치중할 수 있다. 즉 다양한 학습경험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지식이 상황화되고, 관계적으로 형성된다는 인식론적인 도약과 별개로, 국가자격체계와 노동시장 안에서의 역학관계를 충분히 고려한, 섬세한 방법론이 세워질 필요가 있다.


Usher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Usher에게 있어서 경험은 학습으로 발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경험과 그렇지 못하는 의미 없는 경험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언어에 관한 후기구조주의의 입장을 받아들인다면, ‘경험의 의미는 결코 하나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다. Usher는 학습으로 이어지는 의미 있는경험과 학습으로 이어지지 못하거나 지연되는 의미 없는경험이 있다는 이분법을 부정하고, 경험을 상황맥락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지는 무언가로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대체 학습경험을 평가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평가와 인정이 이뤄지는 그 순간 특정한 경험이 가지는 의미를 포착하는 것인가? 하지만 그 경험은 다른 상황맥락에 놓이게 되면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되는 것 아닌가? 결국 어떤 과정으로서 학습경험을 바라본다는 것은 인식론적 차원에서나 가능한 일일뿐, 실제 사회적 시스템을 구현할 때는 특정한 역량의 확인, 결과의 확인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Michelson이 제시했던 것처럼, 다양한 관계적지식, 그 지식이 생산되는 경험이 펼쳐지는 장으로서의 학습경험인정은 불가능한 것은 아닐까? 물론 아예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앞 문단에서 언급했듯, 학습경험의 평가와 인정은 인식론적 도약이후에 존재하는 수많은 현실적인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리고 그 현실적인문제들이 작동하는 모종의 지형도를 교육학자가 연구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정말, ‘중요하지만 쉽지 않은문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