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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리뷰

[도서] 뇌를 변화시키면 공부가 즐겁다














2012년 봄학기 성인학습이론연구 리뷰페이퍼

 

 

제임스 E. 줄. 문수인 역(2011). 뇌를 변화시키면 공부가 즐겁다. 돋을새김.




뇌를 변화시키는 기술(The Art of Changing the Brain)





이 책은 생물학의 관점에서, ‘를 중심으로 교육과 학습을 분석한 연구서이다. 저자는 학습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뇌에 나타나는 물리적변화를 통해 자신의 논지를 전개한다.


학습 사이클은 우리의 삶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생업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우리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주식을 거래합니다"라는 말 대신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생물학적인 발상이다. 뇌가 어떻게 진화해왔으며, 이렇게 진화한 뇌의 생물학적 역할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면 그것은 아주 명백해진다(99p)


평생교육/평생학습이라는 관점은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에 관한, 혹은 을 통한 것으로 바라본다. 그런데 바로 그 비슷한 관점이 뇌의 물리적인 변화를 추적하는 생물학자로부터 나왔다는 것은 참 흥미롭다. 그런데 나는 학습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두뇌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설명하고, 그에 기초해 학습현상에 대한 기술, 교수법에 대한 처방 등을 전개하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끄덕 하면서도, “결과적으로, 교육은 뇌의 응용과학이 될 것(27p)”이라는 저자의 선언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됐다.


이것은 두뇌의 변화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일종의 신호’, 혹은 결과이지 심층적인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예를 들어, 두 개의 서로 다른 신경세포망에 동시에 불이 들어오면 그 두 개의 신경세포망이 연결된다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새로운 신경세포망이 생겨난다고 할 때, 이러한 두뇌의 변화가 경험의 재조직을 통한 새로운 지식의 생산이라는 현상의 물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결국 최초에 두 개의 서로 다른 신경세포망에 동시에 불이 들어오게 되는 계기, 그 개인들의 경험이라는 것은 소위 과학적인’, 보다 구체적으로는 물리적인 변화의 탐구만으로는 밝혀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저자는 콜브가 제시한 학습의 사이클을 물리적인 근거를 토해 논증하며 이것은 거창한 신학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과정(358p)”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학습/교육이라는 현상을 생물학적인 관점을 중심에 두고이해하는 것에 대해 비관적이다. 누군가는 다양한 학습이론이 경합하고,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맞는 답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상황에 더욱 답답함을 느낄 지도 모르지만, 나는 오히려 과학적으로 이렇다는 선언이 교육과 학습에 관련된 다양한 주체들의 consensus를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할 위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한다.


결국 자연과학이 할 수 있는 일과 사회과학이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며 각각 분명한 한계들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생물학적인 발상이라거나 생물학에 근거한 교수법을 언급할 때는 마치 이것이 과학이고 다른 것은 비과학이라고 말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번역의 문제일까?). 그리고 실상 저자가 제안하는 다양한 교수법은 존 듀이가 <경험과 교육>에서 제시한 바람직한 교사상에 포함된 아이디어를 생물학적 근거를 통해 뒷받침한 것인데, 듀이의 글을 읽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이지만 이것이 가능한 일인지의문이 든다. 기본적으로 교수자가 학습자의 이전 경험(이전의 신경세포망)을 확인하는 것이 학습자들에게 직접 자기 경험(지식/신경세포망)을 진술해보라고 한다고 해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불만들과 별개로 학습에 대한 생물학적 접근은 교육학을 공부하며 가지고 있던 의문들에 해결의 단초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인간의 뇌는 학습 기관이다. , 학습이란 뇌가 하는 일이다.(411p)


인간의 뇌가 학습기관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마치 학교는 교육기관이다와 비슷하다. 학교에서 분명히 교육이 이뤄지고, 그것이 주된 기능이기는 하지만, 학교를 교육만 이뤄지는 공간으로 볼 수는 없으며, 학교 바깥에 교육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면 학습이란 뇌가 하는 일이다라는 두 번째 진술에 의문이 생긴다. ‘뇌 활동과 관계없이 일어나는 학습은 없는가?’ 뇌가 사실상 인간행동의 모든 것을 관장한다고 보면, 인간행동의 하나인 학습은 항상 뇌와 관련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바꿀 수 있다. 뇌가 의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학습은 이뤄지는가? ‘즉 뇌의 물리적 변화를 통해 관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지는 학습이 있는가?’ 저자가 암묵기억과 무의식적 행동에 대해 논하는 부분(146p)을 참고하면 이 질문은 결국 무의식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생물학의 대답은 yes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감각입력은 꾸준히 이뤄지고, 바로 의미화 되지 않고 무의식의 영역으로 들어간 것들도 암묵기억이라는 형태로 뇌에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암묵기억은 언제 새로운 계기를 통해 의미 있는 학습으로 떠오르게 될지 모른다. 결국 모든 경험이 곧 학습이라기보다는, 모든 경험이 학습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만한 상태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책의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비판적인 생각이 몇 가지 떠오르긴 했지만, 정작 책을 읽을 때는 계속해서 공감하게 됐던 것 같다. 교육학, 사회과학의 관점에서 다루던 현상에 이렇게 뚜렷한 생물학적 근거가 있었다니! 하지만 이렇게 매력적인근거들로부터 모종의 당위를 추출해내는 것은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여전히 앞선다. 당위가 아닌, 인간 학습의 이해라는 학문적 진리를 위해 교육학 연구에서 이러한 뇌과학의 성과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론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게 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