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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리뷰

[도서] 경험과 교육(존 듀이)













2012년 봄학기 성인학습이론연구 리뷰페이퍼

 




경험과 교육, 그리고 성인학습



존 듀이의 저서인 <경험과 교육>은 주로 아동과 교육, 학교에 관한 논의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듀이의 논의는 성인학습에 있어 경험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도 성찰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서 역시 던져주고 있다


듀이는 아동이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는 명제에 관해, ‘경험의 계속성이라는 원리를 제시한다. 듀이에게 있어서 교육적인 경험이란, 이후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경험을 의미한다.


Just as no man lives or dies to himself, so no experience lives and dies to itself. Wholly independent of desire or intent every experience lives on in further experiences. Hence the central problem of an education based upon experience is to select the kind of present experiences that live fruitfully and creatively in subsequent experiences


경험 중에 특별히 교육적인 경험이 있다면, 자연스레 비교육적인 경험역시 존재한다.


For some experiences are miseducative. Any experience is miseducative that has the effect of arresting or distorting the growth of further experience.


그런데 과연 이렇게 비교육적인 경험교육적인 경험을 분리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능한가? 우리가 특정한 경험을 한다고 했을 때 - 예를 들어 농사를 짓는다면, 우리는 모를 어떻게 심어야 하는지, 낫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등을 배우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자연스레 신체의 변화는 물론 관념/의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러한 변화는 결국 이후 경험의 폭을 어떤 식으로든 제한할 수밖에 없다. 농사를 지으면서 손이 거칠어져서 부드러운 손길이 필요한 기술을 익히지 못한다면? 농사를 지을 때 적응할 필요가 있는 순환주기에 맞춰 생활하면서 근대적인 시간관념이 필요한 순간에 제대로 행동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경험은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동시에 다른 가능성을 차단하게 된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비/교육적인 경험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애초에 비/교육적 경험을 골라내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되면, 교사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다시 고민해볼 수밖에 없다. 듀이의 교육론은 상당 부분 교사의 역량에 의존하고 있다. 교육적 경험을 선정하고 그것을 진보적으로재조직하는 것도 교사가 할 일이며, 아동의 기존 경험에서 교과의 지식으로 나아갈 수 있는 부분을 잡아내는 것도 교사가 할 일이 된다. 그런데 과연 비/교육적 경험이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구분이라면,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It is a cardinal precept of the newer school of education that the beginning of instruction shall be made with the experience learners already have; that this experience and the capacities that have been developed during its course provide the starting point for a further learning.


나는 듀이 자신이 제시한 이 아이디어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든 경험을 통해학습한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학습자가 스스로 자신의 경험을 통해 뭔가를 학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 아닐까? 특히나 아동과 다른 배경을 가질 수밖에 없는 성인학습자를 생각해본다면, 이런 문제의식은 더욱 분명해진다.


In other words, the sound principle that the objectives of learning are in the future and its immediate materials are in present experience can be carried into effect only in the degree that present experience is stretched, as it were, backward. It can expand into the future only as it is also enlarged to take in the past


우리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학습한다는 것은 결국 당면한 학습상황안에, 현재화된 학습자의 경험이 자료로서 존재한다는 뜻이다. 과거 학습자의 경험은 모두 현재의 상황맥락 안에서 판단/해석되고 학습자의 학습경험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현재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 되고, 앞서 언급한 계속성의 원리에 따라 삶 자체가 끊임없는 경험의 연속이 된다는 점에서 경험은 교육의 수단이자 목적이 된다(“Experience-The Means and Goal of Education”)고 볼 수 있다.


성인학습의 맥락에서, 무형식학습이라는 것은 결국 이렇게 학습자가 자신의 경험을 조직해가는 과정 어떻게 보면 삶을 살아가는 과정 그 자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성인학습자들을 주 참여자로 하는 비형식교육기관은 어떨까? 비형식교육기관에서 성인학습자들의 서로 다른 배경, 서로 다른 경험을 통해 시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유의미한 방법론즉 어떤 조건과 상황을 만들어서 그것이 학습자들의 경험과 상호작용하게 할 것인지에 관한 연구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또한 듀이의 경험과 교육에 관한 논의가 개인적 차원의 학습과 별개로, ‘집단 차원의 학습에 가지는 함의가 있을 것인지 더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