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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리뷰

[영화]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풍자 《Eelection》













2004년 봄학기. 대학국어 감상문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풍자 《Election




학생회장 선거는 학교를 다녔다면 누구나 한번쯤은 거쳐봤을 과정이다 《Election학생회장 선거라는 흔하다면 흔하다고 할 수 있는 소재와 가벼운 코미디 형식을 갖춘 영화이다. 하지만  《Election》은 단순히 관객들을 웃기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그 속에 은근히 날카로운 풍자가 담겨있고,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준다.


영화는 짐이라는 고등학교 선생님과 트레이시라는 학생 사이의 갈등에서 시작된다. 어찌보면 열정적이고, 나서기 좋아하고, 노력파라고 할 수 있는 트레이시는 학생회장으로 적격인 학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짐은 트레이시가 동료교사 데이브와 사랑에 빠지고, 그를 결국 학교에서 떠나게 한 장본인이기에, 그리고 그녀가 지나치게 튀는 면이 있기에 트레이시를 못마땅해 한다. 그래서 선거 담당 교사인 짐은 트레이시를 낙선시키려 한다. 그 과정과 결과가 바로 이 영화의 주된 흐름이다.


일단 영화의 가벼운부분에 집중해보면, 이 영화는 상당히 재미있다. 오락물을 주로 제작하는 MTV에서 제작했다는 걸 고려할 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중간 중간에 재밌는 장면을 잡아 화면을 정지시키는 기법과 등장인물들의 시점에서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기법은 상당히 참신하면서도 웃음을 선사해주었다. 일단 1인칭 시점에서 모든 것이 서술되다 보니 보다 주인공의 감정이나 입장을 자세히 알 수 있었고, 특히나 솔직하게 표현되는 감정들, 예를 들면 트레이시가 폴을 정말 바보로만 여기는 것이 트레이시 생각 그대로 표현되는 장면 같은 것들이 신선한 웃음을 안겨주기도 했다. 솔직담백한 젊은이들, 그리고 어리숙한 면이 없지 않은 주인공 짐(교사)의 생각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게 되면서 보는 이들 역시 그 솔직한 표현에 웃음 짓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가벼움 속에서 영화의 내용은 충분히 무거움을 담고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짐은 트레이시를 낙선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짐이 개인적인 생각때문에 트레이시를 선거에서 패배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학생회장이라 함은 추진력, 열정, 리더십 등을 두루 갖춰야 하는, 어찌 보면 능력이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자리이다. 그런 학생회장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트레이시의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그녀의 어떤 도덕적인 문제(?), 그리고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그녀를 낙선시켜야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짐의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한 등장인물들의 개인적인 생각, 즉 판단을 통해 행동이 이뤄지면서  《Election에는 우연적이면서도 필연적인 사건의 연결이 자주 등장한다. 폴에게 여자친구(!!)를 뺏겼다는 이유만으로 학생회장에 출마하게 되는 폴의 여동생 타미 같은 경우가 그렇다. 타미는 흔히 얘기하는 레즈비언, 즉 동성애자인데 학교에서 사고뭉치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그런 타미가 학생회장에 출마해서 연설회를 망쳐놓다시피 하고, 나중에는 트레이시가 찢어버린 폴의 포스터를 자기가 찢은 척 하여 여자들로 넘쳐나는카톨릭 학교에 가게 된다. 또한 짐이 투표용지를 조작해, 원래 당선자인 트레이시 대신 폴을 당선자로 만든 사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 짐에게 앙심을 품은 청소부에 의해 밝혀지는 것도 우연적 요소를 잘 보여준다. 우연적인 사건의 연속인 듯하지만, 그 사건의 근원 하나하나가 영화의 시작부터 곳곳에 복선으로 깔려있는 것이다.


그러한 우연성이 나타나는 것은 결국 앞서 언급했듯이 등장인물 개개인의 판단과 행동이 각자 천차만별로 이뤄지고, 그것이 맞물려 다양한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짐의 부정이 밝혀져 폴은 학생회장에서 떨어지고, 트레이시가 당선이 되지만, 후에 폴은 오히려 선거에서 낙선했음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트레이시는 좋은 대학에 가게 되지만, 곧 그곳에서도 회의에 빠지게 되고, 타미는 카톨릭 여자학교에서 소울메이트를 만나 즐겁게 생활하게 된다. 이 모든 것들이 학생회장 선거라는 하나의 사건에서 파생된 결과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자신의 신념대로, 자신의 가치관대로 옳게행동했고, 그것의 결과가 각자의 미래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 《Election》은 개개인에 따라 옳다고 하는 것, 개개인이 생각하는 선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화를 보다 보면, 짐의 부정이 옳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아무리 트레이시가 이기적이라 하더라도 여러 측면에서 짐이 부정을 저지르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보는 이들은 이렇게 등장인물의 생각에 공감하기도 하고, 그 생각을 부정하기도 한다. 주의할 점은 그 공감, 혹은 부정이 바로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바로 그 점이 이 영화가 가지는 무거운 점이다. 똑같은 행동 혹은 생각을 두고 사람마다 각자의 잣대에 따라 옳다 그르다가 갈리는 점을 바로 《Election에서 학생회장선거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잠깐이라도 나의 가치관과 내가 생각하는 옳은 것들, 나의 판단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다면 충분히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영화  《Election을 제대로 감상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