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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리뷰

[희극] 아리스토파네스의 《구름》을 읽고














2004년 가을학기. 고대희랍로마문학의세계 감상문







희극 속에 담긴 풍자

아리스토파네스의 《구름을 읽고



아리스토파네스


《구름old comedy의 대가인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이다. 저자인 아리스토파네스(Arisrtophanes 450-385. B.C)는 고대 그리스의 최대 희극시인이라고 여겨지는 위대한 작가이다. 그는 보수주의자적 성향을 띠고 있었으며, 그런 성향은 그의 작품에 그대로 나타나있다. 또한 그는 풍자를 즐겼다. 전해지지 않은 최초의 두 작품, 연회의 사람들바빌로니아인에 의하여, 신식 소피스트 교육과 데마고그클레온을 비웃고, 건전한 보수주의자로서 인기를 모은 그는, BC 425년에 아카르나이의 사람들 Acharneis에서, 전쟁 때문에 빈곤해진 농민의 편을 들어 평화를 제창하고, 클레온을 풍자하여 1등상을 탔다. BC 424기사 Hippheis로써 다시 클레온을 공격하였고, BC 423년에는 구름 Nephelai에서 소크라테스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신식교육을 비난하였다. 다음해에는 Sph kes을 상연하여 데마고그의 권력 근거인 배심제(陪審制)를 매도하였다. 이렇듯 그는 당시의 권력자조차 풍자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간접적으로 비판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구름에는 앞서 언급했듯이 신식 교육을 비판했으며, 클레온에 대한 비판 역시 나타나있다.



《구름의 줄거리


스트라프시아데스는 직선적인 도입부 독백에서 자신의 역경을 토로한다. 그는 아들 페이디피데스의 낭비벽 때문에 큰 빚을 졌다. 그는 아들을 소크라테스의 학교에 보내어 빚을 갚지 않는 방법을 배워오게 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단정한다. 페이디피데스가 학교에 다니기 않겠다고 버티자, 스트라프시아데스는 자신이 몸소 학생이 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학교에 대한 풍자적이고 소극인 재담이 한참 나오게 된다.


스트라프시아데스는 신학문(新學問)을 소화해내지 못한다. 그는 아테네 전래의 직선적인 방법으로 교육받았기 때문에 새로운 방법의 섬세한 면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아들을 대신 보내려 한다그리고 아곤이 발생한다. 참가자들은 정론(正論)과 사론(邪論)의 화신들이다. 보통은 아곤의 끝에 이르러 등장인물들이 의견을 일치를 보지만, 이 작품에서는 페이디피데스가 사론의 관행에 따라 교육받기로 결정한다.


훈련 결과를 보여주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채권자들이 잇달아 나타나지만, 페이디피데스의 궤변을 견디지 못하고 쫓겨 간다. 스트라프시아데스는 작전이 성공한 것이 너무 기뻐 페이디피데스를 데리고 술잔치를 벌이러 나선다. 그러나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아들 페이디피데스에게 매를 맞은 스트라프시아데스가 다시 등장한다. 페이디피데스는 사론에서 배운 교훈에 따라 아버지를 벌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임을 논증한다. 스트라프시아데스가 분노와 절망을 억누르지 못해 소크라테스 학교에 불을 지른다. 



《구름의 특징


Old Comedy에서 마지막에 불을 지르는, 그러니까 파탄으로 끝나는 것은 매우 예외적이다. 그리고 이 외에도  《구름에는 많은 특징적 요소들이 담겨있다 《구름의 코로스는 말 그대로 구름이다. 코로스는 공상적인 요소를 자주 강조한다. ‘구름이란 사람을 한참 끌고 다니다가 마지막에 곤경에 빠뜨리는 새로운 학문의 정신을 상징한다. 합창단의 첫 번째 노래는 아리스토파네스 특유의 서정적 요소를 잘 보여준다.


또한 희극의 중간중간에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작가의 뜻을 전달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 그것도 풍자적으로 말이다. 1 파라바시스 부분에서는 관객을 향한 질책이 담겨 있다. 그들은 어리석게도 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장점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작가는 합창단의 입을 빌어 거침없이 자찬을 늘어놓으며 반대자들을 경멸한다. 아곤에 이어지는 제 2 파라바시스에서 코로스는 연극 경연대회의 심사위원들을 향해 아리스토파네스가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작품이 공연될 당시 현직 장군이었던 클레온을 비판하기도 한다.

이러한 요소들 역시 익살스러운, 희극에 재미를 붙여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감상


솔직히 재밌었다. 뻔한 개그라기보다는 뭐랄까, 자연스레 웃음이 발생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가 담겨있는 것 같았다. 내용 자체의 재미도 재미지만, 파라바시스에서 관객들을 질책하고, 아리스토파네스가 우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정말 희극적이었다.


그리고 뭐랄까, 그의 작품이 결코 가볍기만 하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한 마디로 순간의 즐거움만 주는,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확실히 나름대로 교훈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인 아리스토파네스의 생각, 즉 신식교육은 나약하고, 게으른 사람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잘 전달되었다.


그리고 희극 자체의 특성도 매우 좋았다. Agon이라는 형식은 처음 접해보았다. 정론과 사론의 대결, 스트레프시아데스와 페이디피데스의 대결, 그냥 그 둘의 논쟁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재밌었고, 무엇보다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기도 했다. 사론의 생각이 전적으로 옳은 것도, 정론의 생각이 전적으로 옳은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저 둘의 논쟁을 보면서 나의 생각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너무 급하게 읽어서 어쩌면 많은 부분을 놓친 것 같아 아쉽다. 메난드로스의 희극도 접해보았지만, 나에겐 Old Comedy가 훨씬 재미를 주고, 술술 넘어가는 것 같다. 풍자를 좋아하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