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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보고서

예술교육과 교육연구













2010년 가을학기 평생교육학연구 기말페이퍼




예술교육과 교육연구



 

I. 들어가며 : 왜 예술교육인가

 

흔히 교육이라고 하면 특정한 연령대에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교과의 지식을 전달하는 활동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형식교육이라는 측면에서만 교육현상을 이해하는 것은 학교 바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교육/학습현상을 제대로 포착하고 설명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Merriam, et al, 2009). 인간현상으로서 교육, 혹은 학습은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며, 교육학은 그렇게 평생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으로서의 교육을 다룬다(한숭희, 2009). 그럼에도 학교를 곧 교육과 동일시하는 것은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교육이 아닌 현상과 학교 바깥에서 이뤄지는 교육현상모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 범주착오의 오류(장상호, 2005)라고 할 수 있다.

 

예술교육을 들여다보는 것은 이러한 범주착오의 오류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의 교육학연구를 만들어 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수백 년에 걸친 유교전통을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형식교육이라고 하면 무언가 공인된 지식을 교사가 학생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예술교육은 그러한 규칙을 따르기 보다는 학습자가 실제로 어떤 예술 활동을 해내는 것에 주목한다. 그렇기에 무형식학습으로 대표되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연구를 할 때 (문화)예술교육은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학습이라는 현상을 연구한다고 하면, 학습과 학습이 아닌 것을 분명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술교육은 이렇게 학습과 학습이 아닌 유사개념, 예를 들면 훈련이나 연습과 같은 것들이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기준을 드러내줄 수 있는 영역이다. 나아가 예술과 예술이 아닌 영역, 예를 들면 학문이 교육, 혹은 학습의 관점에서 볼 때 가지고 있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드러냄으로써 우리는 학습이론, 교육학을 보다 정교하게 구성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이 글에서는 예술교육이라는 영역이 교육연구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알아보고자 한다. 그 작업을 위해 먼저 기존의 교육학 연구에서 예술교육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분석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특히 예술, 그리고 교육을 어떻게 개념화하고 결국 예술교육이 무엇인지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에 주목하면, 예술교육이라는 현상을 예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과 교육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분석과정을 거치고 나면 결국 교육연구에서 예술교육을 어떻게 다루는 것이 더 정교한 설명을 가능하게 하는지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연구문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기존의 교육학 연구에서는 예술과 교육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2) 예술교육을 교육의 관점예술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3) 교육연구에서 예술교육을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가?

 


II. 예술교육에 관한 기존의 교육학 연구

 

라스코 동굴벽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예술은 인류와 그 역사를 같이 한다. 그리고 그러한 예술이 유지, 전승, 발전하는 데에는 마찬가지로 인류역사와 그 궤를 함께 하는 교육이 관여해왔다. 그렇기에 예술과 교육, 혹은 예술교육에 관한 연구는 굉장히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다만 여기서는 예술교육에 관한 연구를 과거부터 지금까지 전부 훑어보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 국내에서 이뤄진 연구들의 주된 내용과 한계가 무엇인지만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의 연구만을 살펴보는 이유는 필자의 역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어느 이론이든 그 이론이 뿌리내리고 있는 사회의 맥락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그 사회의 맥락을 해석하는데 가장 적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교육과 관련하여 국내의 연구는 크게 네 가지 정도의 흐름으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과교육의 차원에서 예술교육의 방향과 방법론을 다루는 연구들이다(구분옥, 2007; 정진원, 2009; 최은식, 2003). 이러한 연구들은 현재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음악교육, 미술교육, 방과후학교의 예술관련수업들이 추구하고 있는 목표와, 그 목표에 걸맞은 교육내용, 방법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대체로 이러한 연구들은 예술이 인간의 삶에서 가지는 가치를 규정하고, 그 가치를 구현하는 방법이 학교교육에서 다뤄져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한 뒤, 현재 학교교육의 시스템이 학생의 삶과 창조성”(구분옥, 2007)을 중심에 두어야 할 예술교육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 과정에서 예술교육이 이뤄지는 상황에 관여하는 요소들(정진원, 2009)이 무엇인지 밝히거나, 대안으로서 보다 학생들의 감각을 키워줄 수 있는 예술교육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김성숙, 2004) 연구도 존재한다.

     학교라는 시스템 안에 존재하는 예술교육을 다룬다는 것은 학교 교육과정 안에 있는 다른 주지교과들과 마찬가지로 예술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있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드러낼 때에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이런 연구들은 주지교과들이 간과하고 있는 감성, 창조성, 그리고 예술적 접근이 어떻게 보다 나은 인식과 삶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교라는 시스템 자체가 가지고 있는 경직된 수업환경 등을 지적하며 보다 학생들의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는 교수법을 제안한다.

     분명히 현재 예술교육이 가장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장에 대한 연구로서 예술교과교육연구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다만 이런 연구들의 경우에는 실제로 예술교육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그 교육의 내용을 어떤 과정을 거쳐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지에 대한 설명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 다시 말해, 예술의 가치와 그것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당위)에 대한 설명만이 존재하고 정작 그 예술을 소재로 한 교육의 과정, 즉 교육이 가지고 있는 내재율(장상호, 2005)은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학교와 관계없이 정책적인 차원에서 사회 전반의 문화예술교육을 다루는 연구들이 있다(용호성, 2004; 고은실, 2009; 박인배, 2007; 양병찬, 2009). 이런 연구들은 우리 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실태와 양적팽창의 필요성을 드러내기도 하고, 사회적 차원에서 보다 의미 있고 창의적인 문화예술활동을 만들어가기 위한 방법론을 제안하기도 한다. 일상생활로서 예술을 영위함과 동시에 사회전반의 문화예술인프라를 확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동아리 활동을 제안하는 박인배(2007)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또한 지역 차원에서 이뤄지는 이러한 활동들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분석하는 연구도 있다(고은실, 2009).

     이렇게 사회정책을 둘러싼 연구들은 분명히 현재 존재하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수요를 분석해 충족시키는데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평가하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정작 문화, 예술,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깊게 탐구하지 않음으로써 우리사회에서 문화예술교육이 높은 수준의 학문적 담론을 가지고 보다 의미 있게 발전, 재구성되는데 기여하지는 못하고 있다(양은아, 석지혜, 2010).

 

실제 이뤄지고 있는 학교교육, 사회전반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연구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예술과 학문, 그리고 교육이라는 활동이 가지는 유사성에 주목하는 연구들도 있다(김광명, 2007; 김연희, 2007; 윤선영, 2006; 이홍우, 2000). 주로 미학적 탐구에 기반을 둔 이런 연구들은 예술과 일상적 삶 사이의 간격을 좁혀 우리의 일상이 예술적 삶이 되도록 하는데(김광명, 2007) 관심이 있다. 이홍우(2000)는 쉴러의 미학을 바탕으로, 예술과 교육은 결국 이성과 감각의 완전한 조화, 표현을 가능하게 해주는 아이스테티카를 전달하고 전달받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또한 예술이 자연 속에 내재된 보편적 관념을 물감, 소리, 종이라는 기술을 통해 현상으로 나타나도록 한다면, 교육은 인간이 가진 고유한 존재로서의 관념을 현상으로 드러나도록 돕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예술과 교육이 같다고 보는 관점(윤선영, 2006)도 존재한다.

     또한 평생교육담론의 하나로서 문화예술교육을 다루면서 예술과 교육이 가지는 유사성에 주목하는 연구가 있다. 양은아와 석지혜(2010)는 예술가가 교육자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이어가는 과정을 분석하면서 교육자로서 하는 일과 예술가로서 하는 일이 어느 순간에는 겹쳐지고, 또 변증법적으로 영향을 주고받기를 반복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예술가’(teaching artist)라는 개념을 통해 드러냈다. 이는 교사가 학생에게 교과의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그 교과를 대상으로 학문 활동을 반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는 아이디어(이홍우, 2004)와 닮아있다.

     결국 종합해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를 드러내는 작업으로서 학문과 예술, 그리고 교육이 가지는 유사한 특징이 있다는 관점에서 예술교육연구의 한 축이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현실의 학교교육이나 문화예술교육 정책과는 별개로 예술 그 자체가 무엇이고,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문, 예술, 교육이 무엇인지 그 각각의 고유성에 주목해 현상을 설명하는 연구들이 있다(김한미, 윤병희, 2006; 윤여각, 2003; 이용남, 2001; 최성욱, 신기현, 2000; 한수연, 2006). 이러한 접근은 장상호(1997, 2000, 2005, 2010)에 의해 하나의 새로운 교육학연구 패러다임으로 제시된 교육본위론에 바탕을 둔 것이다. 교육본위론은 독자적인 몇 가지 학문적 전제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예술교육에 있어 예술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과 교육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의 차이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줄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III. 예술교육 : 교육본위론의 접근

 

교육본위론은 다른 학문들에 종속되지 않는 자율적인 교육학(장상호, 2000)의 모색 과정에서 등장했다. 교육본위론에서 말하는 교육은 인간 삶의 다른 영역들과 구분되는 독특한 활동이며, 세속적인 생존이 아닌 인간실존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목하는 다양한 영역에 개입한다(윤여각, 2003). 그런 영역을 장상호(1997)는 수도계라고 이름 붙였다.

     수도계란, 인간이 스스로 갈고 닦아 그 수준(품위)이 나아질 수 있는 그런 세계를 뜻한다. 대표적인 수도계로는 학문의 세계를 꼽을 수 있으며, 예술계 역시 그러한 수도계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수도계에는 항상 앞서 가는 선진과 뒤따라가는 후진이 있으며, 선진은 후진을 가르치고 후진은 선진에게 배운다. 이 가르침과 배움의 과정, 즉 교육의 과정에는 고유한 내재율이 존재하기 때문에 교육은 문화화나 사회화, 훈련, 연습 등과는 구분되는 활동이다.

     김한미와 윤병희(2006)는 이 교육본위론의 관점을 적용해 성악레슨의 과정을 분석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성악에는 소리요소(발성, 가사의 발음 등)와 음악요소(음정, 박자 등), 내용요소(노래에 대한 이해도 등)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 세 요소를 각각 발전시키는 것이 성악에 대한 교육의 과정이다. 이 연구에서 선진과 후진은 서로 만나 각각의 요소에 대한 수준 차이를 확인하고, 혁신/보수, 존현/존우, 순차/역차 등 교육의 내재율(장상호, 2005)에 따라 후진의 수준에서 교육활동을 시작해 한 단계씩 그 수준을 높여간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선진이나 다른 사람에 의한 인정(타증), 그리고 후진 스스로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생각(자증)을 통해 발전이 이뤄졌음을 확인한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교육본위론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의 내재율이 지켜졌는가의 여부, 혹은 교육의 내재율 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결국 예술교육이란 예술계라는 수도계에서 존재하는 수준의 차이가 교육의 내재율에 의해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개념화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예술을 교육하는 것과 예술 그 자체를 하는 것이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윤여각, 2003). 예술에는 예술 고유의 내재율이 있고, 교육에는 교육 고유의 내재율이 있다. 또한 예술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과 예술 그 자체 역시 구분되어야 한다. 예술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은 예술계와는 또 다른 학문계의 규칙을 따라서 움직이기 때문이다(장상호, 1997).

     학문이 추상적인 형식을 통해서 대상 세계의 보편적인 질서를 인식하는 활동이라면, 예술은 학문에 의해 간과되는 구체적인 세계를 행위와 제작을 통하여 드러내는 활동이다(장상호, 2009). 예술에서의 창조성은 예술작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는 미적 직관력과 그 직관을 실제로 형상화할 수 있는 기술두 가지 모두를 필요로 한다(한수연, 2010). 이러한 능력들은 논리적인 방식으로 어떤 대상의 진리를 규명하는 학문적인 직관능력과는 분명히 다르다.

     또한 학문이 일반적인 것을 대상으로 삼아 그 대상세계의 개성을 모두 파악할 수 없는 반면에 예술에서 개성은 본질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가 학문이 발전한다고 했을 때에는 대체로 이후에 나타난 것들이 이전의 것을 포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예술이 발전한다고 했을 때에는 이후에 나타난 것들이 이전의 것을 포괄한다기 보다는 이전의 것이 드러내지 않던 것들을 이후의 것들이 드러내면서도 각각이 개성을 가지고 모두 공존하는 양상을 보인다(한수연, 2010). 학문의 발전이 종적인 상대성의 증가를 의미한다면, 예술의 발전은 종적인 것뿐만 아니라 횡적인 상대성이 확장되는 의미도 지니기 때문이다(장상호, 2009). 이러한 차이는 수도계로서 예술과 학문이 가지고 있는 구조, 내적원리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예술과 학문, 교육이 각각 고유한 세계를 이루고 있으며 그 세계들 사이에 분명한 개념의 차이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예술교육이라고 했을 때에도 예술을 하는 것 그 자체에 대한 교육과, 예술을 탐구하는 것(예술학)에 대한 교육이 구분된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기존의 많은 연구들은 예술교육을 말하면서 예술활동 그 자체를 위한 교육과 예술학에 대한 교육을 혼동하는 범주착오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교육본위론은 엄격하고 치밀한 개념적 탐구를 통해, ‘교육이라는 현상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징이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분명히 발전된 차원에서 예술교육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학문, 예술, 그리고 교육을 이렇게 엄격히 분리해서 설명하는 것이 꼭 예술교육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개념을 세분화하는 것은 현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문제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 하나 하나를 세세하고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과는 별개로 숲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관점과 방법론은 꼭 필요하다.

 


IV. 예술교육과 교육연구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뤄진 예술교육연구들이 대략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의미와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짚어보았다. 이렇게 간략히 정리된 내용만 보아도 국내 학계에 예술교육’, 혹은 예술교육에 대해 어떤 합의된 개념이나 연구방법이 정립되지 않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여기서는 지금까지 살펴본 여러 연구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을 참고해 앞으로 예술교육연구가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점들에 보다 주목해야 할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교육본위론은 예술, 학문, 교육을 각각 독립된 세계로 보고 그 세계들이 겹치는 교차점으로서 학문교육, 예술교육, 혹은 예술의 학문이라는 영역을 설정한다. 교육본위론이 가지는 가장 큰 강점은 이렇게 엄밀하게 규정되고 탐구된 개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과 학문적인 언어, 개념은 분명히 다르다(장상호, 2000). 예술교육을 연구한다고 했을 때에는 그에 앞서 예술이 무엇이고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규정이 이뤄져야 한다. 기초적인 개념들이 성립되지 않고 진행되는 연구는 결국 현상을 제대로 담아낼 수가 없다. 특히 교육학은 그 태동 이후 꽤 오랜 기간 동안 명확한 연구대상으로서 교육을 개념화하지 못하고 학교라는 틀에 갇혀있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교육현상으로서 예술교육을 연구한다면 일단 기본이 되는 개념들부터 탄탄히 잡고 가야할 것이다.

     또한 예술교육을 연구한다고 하면 우리는 예술교육을 둘러싼것들뿐만 아니라 예술교육의 과정그 자체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본위론은 기존의 교육학 담론들을 학교에 대한 학문으로 규정하면서 교육이 이뤄지는 과정 그 자체가 아니라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교육현상으로 바라보는 경향을 비판한다(장상호, 2005). 앞서 살펴보았듯이 교육철학이나 교과교육담론에서 예술교육을 다루는 방식은 예술이 가지는 가치를 드러내고, 그 가치가 구현될 수 있는 교수법이나 학교시스템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었으며, 방점은 가치쪽에 찍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예술교육이 무엇인지 드러내고 설명하는데 있어 사람이 변하는 그 과정이 핵심이지, 그 과정을 둘러싼 다른 것들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예술교육을 연구한다고 할 때에도 단지 예술이 가지는 가치의 당위성이나 교육인프라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교육의 과정 자체를 보다 잘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교육본위론은 그동안 이뤄진 다른 예술교육 관련 연구들이 간과하고 있던 부분들을 드러내며 교육학 연구로서 예술교육연구에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개념을 치열하게 탐구하는 엄밀함, 그리고 교육연구의 핵심으로서 교육의 과정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방향성은 예술교육뿐만 아니라 어떤 교육현상에 대해서 연구를 하더라도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미들이 있다고 해서 교육본위론 관점의 예술교육연구가 가장 발전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본위론에서 가정하고 있는 수도계에서의 품차와 교육의 내재율이라는 개념들은 철저히 선진과 후진이 가지고 있는 수준차이가 존재할 때에 비로소 의미가 있다. 하지만 예술은 높고 낮음이라는 수준(종적상대성)보다 각 영역이 그냥 다르다(횡적상대성)는 의미에서의 차이가 더 강조되는 영역이다(한수연, 2010). 베토벤과 바흐, 모차르트 등 수많은 거장들의 음악에서 과연 누가 누구보다 낫다는 수준차이를 논하는 것은 별로 의미 있는 논쟁이 되지 못한다. 굳이 교육본위론의 관점을 택하자면 베토벤의 음악에 대해서는 베토벤이 다른 음악가들보다 더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며, ‘모차르트의 음악에 대해서는 모차르트가 다른 음악가들보다 더 높은 수준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모든 개인들 차원으로 상대성이 있음을 가정한다면 클래식 음악이라는 큰 수도계 차원에서 발생하는 교육을 설명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는 교육현상이 일어나는 장으로 개인을 설정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이다. 분명 교육이나 학습을 연구하는데 있어 뇌과학, 심리학의 영향으로 인해 개인을 연구와 분석의 단위로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향이다. 하지만 조금만 관점을 달리해 교육을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이뤄지는 일이나 개인이 하나의 요소로 들어가 있는 공동체 차원에서 이뤄지는 일로 본다면 다른 방식의 개념화도 가능하다.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서 교육과 학습을 다루는 것이다(정민승, 2010).

     특히나 예술은 그 성격상 근본적으로 사회적인 활동이다. 예술이 충실한 재현의 역할을 담당하던 시기가 종식되고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가 열리면서 아무리 물리적으로 동일한 대상, 예술작품이라고 할지라도 서로 다른 해석을 가하는 순간 다른 작품이 된다. 여기서 우리는 해석이 예술작품, 나아가 예술이라는 활동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 해석이 없으면 작품은 있을 수 없다(김광명, 2007). 같은 변기라도 화장실에 있으면 변기일 뿐이지만, 미술관에 있으면 하나의 작품이다. 이는 예술이 가지는 사회적인 속성을 잘 드러내준다(Staniszewski, 2006).

     이렇게 해석이 개입하게 됨에 따라 우리는 예술교육연구에서 개인과 개인 사이, 혹은 사회라는 차원에서의 연구단위unit 설정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대표적인 사회적 관점에서의 학습이론인 상황학습이론을 적용해 예술교육을 다룬 연구도 이미 존재한다(안주영, 2006).

 

이러한 관점을 취하면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예술교육연구가 가능할 수 있다. 많은 상황학습이론 연구가 그렇듯이 질적연구방법을 사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동체 단위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학습이 이뤄지는지를 분석하는 방식의 경험연구가 축적되면 기존의 연구에서 밝혀내지 못한 예술교육의 구조나 내재율이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교육본위론에서 강조하는대로 개념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엄밀하게 탐구하고, 교육현상 그 자체를 드러내는데 주목해야 한다는 학문적 자세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V. 나가며 : 요약 및 결론

 

처음에 예술교육을 다루고자 했던 이유는 예술교육을 통해 무형식학습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학습이나 교육의 개념이 훈련이나 연습과 같은 유사개념과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보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국내의 여러 연구들을 살펴보고 교육본위론의 관점에서 예술교육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알아보면서, 논의의 초점이 예술교육을 다루는 방식 그 자체로 옮겨가게 되었다.

     첫 번째 연구문제는 기존의 국내 연구들이 예술교육을 어떻게 다루는지 알아보자는 것이었다. 최근에 이뤄진 몇 편의 연구들을 검토함으로써 국내에는 교과교육차원에서 예술교육의 당위성과 교수법을 다루는 연구, 사회 전반의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정책연구, 주로 미학적 관점에서 예술과 교육, 학문이라는 활동이 가지는 유사성에 주목하는 연구, 교육본위론의 관점에서 학문과 예술, 교육의 개념을 구분하고 각각의 고유성을 드러내는 연구, 이렇게 네 가지의 큰 흐름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 연구문제는 예술의 관점에서 예술교육을 바라보는 것과 교육의 관점에서 예술교육을 바라보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교육본위론이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예술의 관점에서 보면 예술교육은 예술이라는 세계가 발전하는데 있어 그 매개가 되는 것이고, 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예술교육은 예술이 교육이라는 활동의 소재로서 기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교육본위론에서 가정하는 교육의 내재율이 예술이라는 세계가 가지는 횡적상대성과 사회적인 요소로 인해 예술교육을 온전히 설명하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가 지적되었고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세 번째 연구문제, ‘교육연구에서 어떻게 예술교육을 다룰 것인가로 이어진다.

     사실 개인을 넘어선 연구단위를 설정해 교육을 연구한다는 것은 큰 모험일 수도 있다. 무형식학습과 직업교육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는(정민승, 2010) 상황학습이론만 해도 공동체나 개인 사이로 설명되지 않는 개인적 요소들과 개인학습의 전이transfer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엔 개인, 개인 사이의 관계, 그리고 사회적 맥락 모두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기존에 예술교육이 다뤄지는 방식들은 지나치게 개인의 측면만을 설명한다거나, 아니면 아예 예술교육 자체가 아닌 주변적인 것들에 주목한다거나 하는 한계들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기에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교육학의 설명력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지금까지 교육연구에서 예술교육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문제를 다뤄보았다. 사실 문제가 가지는 중요도에 비해 너무 성급하고 간단하게 다뤘다는 생각이 든다. 보다 많은 기존연구들, 특히 생생한 사례가 포함된 경험연구들을 참고할 때에 더 의미 있는 제안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글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고 있는 예술과 교육, 학문이 사실 다르지 않다는 관점에 보다 주목하면 교육학연구 전반에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방법론이 등장할지도 모른다(강은영, 2009).

 

이제 다른 연구들을 검토하면서 떠오른 몇 가지 질문들로 결론을 대신하고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예술이 가지는 횡적상대성과 사회적인 속성은 학문과 예술을 구분하는 굉장히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하지만 불확실성, 가변성, 권력의 문제에 주목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관점에서는 학문역시 예술과 마찬가지로 종적상대성보다는 횡적상대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푸코가 제시한 지식의 고고학은 물론 과학기술사회학, 식민지이론 등은 학문의 세계도 결코 외부적인 요소들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높고 낮음의 수준차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때에 교육, 혹은 학습은 대체 어떻게 개념화될 수 있을까?

     , 예술의 두 요소인 미적 직관력과 그러한 직관을 표현할 수 있는 기술중에 대체 미적 직관력이라는 건 어떻게 교육, 혹은 학습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한수연(2010)에 따르면, 미적 직관력은 천동설이 지동설로 대체되고, 뉴턴 물리학이 아인슈타인 물리학을 대체하는 것과 같은 학문세계의 논리와 다른 방식으로 발전한다. 분명 예술이 가지는 횡적상대성 때문에 더 높은 수준의미적 직관력이 있다는 설명은 어렵다. 미적 직관력은 논리가 아닌 사회적 인정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멋있음이나 아름다움은 대체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소크라테스가 덕이 가르쳐질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다면 미가 가르쳐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 역시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질문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예술교육, 나아가 교육이라는 현상 자체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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