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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학습이론













2010년 가을학기 성인학습자연구 기말페이퍼





상황학습이론



 

I. 들어가며

 

학습은 경험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며, 평생학습은 그러한 경험의 변화가 내적으로 통일성과 전일성을 획득하는 전 생애적 과정이다(한숭희, 2009). 그렇다면 우리는 이 학습을 이해함으로써 그 학습을 구성하는 동시에 학습을 통해 구성되는 인간을 이해하고 설명하는데 있어 의미 있는 관점을 수립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학습, 혹은 교육을 학교와 같은 제도적인 기관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으로 바라보는 범주착오의 오류(장상호, 2005)를 범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의 바깥에서 일어나는 비형식, 무형식학습에 대한 이론들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가 학습이라는 현상을,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이해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이 글에서는 상황학습이론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상황학습이론은 도제제도의 연구에서 출발해 현재 직업교육을 설명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으로 주목받고 있다(정민승, 2010). 또한 상황학습이론은 학습을 개인이 객관적인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습득, 혹은 내면화의 관점이 아닌 사회적 참여의 관점으로 분석하는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는데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이 글에서는 상황학습이론에서 학습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그리고 상황학습이론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그 의미와 한계는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이를 통해 우리가 학습을 연구하는데 있어 가질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의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II. 상황학습이론

 

아래에서는 상황학습이론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상황학습이론은 비단 교육학에서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주의의 한 형태로 많은 사회과학 연구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손민호, 2002). 그 모든 흐름들을 이 글에서 다 담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여기에서는 상황학습을 최초로 개념화한 LaveWenger의 저작 상황학습: 합법적인 주변적 참여(손민호 역, 2010)와 그 작업의 연속선상에서 Wenger가 발전시킨 실천공동체’(손민호배을규 역, 2007)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상황학습이론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상황학습을 근거로 한 국내의 연구성과들 중에 대표적인 것들을 정리하면서 상황학습이론이 국내학계에 받아들여지고 있는 맥락과 발전양상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 상황학습: 합법적인 주변적 참여

 

LaveWenger(손민호 역, 2010)는 도제제도를 다루고 있는 5가지 사례연구들을 분석함으로써 상황학습이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합법적인 주변적 참여를 개념화한다. 여기서 합법적인이라는 것은 학습자가 어떤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그리고 주변적이라는 것은 완전한과 대조되는 개념으로, 어떤 공동체에 참여하게 된 학습자가 처음에는 허드렛일에서 시작해 점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저자들은 학습자가 주변적 참여로부터 완전한 참여로 나아가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먼저, 학습자는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는 합법적 주변성을 부여받는다. 다음으로, 학습자는 관찰이나 다른 참여자들 사이의 이야기, 낮은 수준의 참여를 통해 공동체의 문화와 실천의 방법을 점점 습득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학습자가 완전한 참여를 이루게 되었을 때에는 공동체의 문화형성에 관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저자들은 이렇게 완전한 참여가 이루어지면서 새롭게 문화를 형성해가는 과정이 곧 공동체의 발전과 연결된다고 보았다.

     좀 더 명확한 이해를 위하여 우리가 흔히 접하는 병원과 의사들의 사례에 상황학습이론을 적용해보겠다. 의과대학이나 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국가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은 인턴으로 각 수련병원에 배치된다. 인턴이 된다는 것은 병원에서 제공하는 수련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받았음(합법성)을 뜻한다. 처음에 인턴들은 전문의와 함께 회진을 돌며 전문의가 던지는 여러 질문들에 답을 하거나, 환자 차트의 정리, 수술전과 수술후의 조치들을 담당한다. 또한 수술과정에도 참여하여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심박수를 확인한다거나, 석션(시야확보를 위해 수술과정에서 환자 내부의 피를 빨아들이는 것)을 하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환자의 손을 잡아준다거나 하는 온갖 잡무를 담당하게 된다(주변적 참여).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턴들은 병원에서 이뤄지는 실천을 점점 이해하게 되고, 맹장 수술과 같은 쉬운 시술들에서 시작해 점점 어려운 의료적 시술들에도 직접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중간도제라고 할 수 있는 레지던트를 거쳐 전문의가 되면, 자신만의 시술법을 시험하거나 개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새로운 문화의 형성, 공동체의 발전).

 

이렇게 상황학습이론은 공동체에 참여하는 개인은 물론, 공동체 자체의 학습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정민승(2010)LaveWenger가 제시한 논의를 기반으로 상황학습이 가지는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먼저, 상황학습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한 관계가 어떻게 구성되느냐보다는 실천공동체가 형성되는가이다. 대부분의 도제식 교육이 이뤄지는 공동체에는 장인과 도제가 1:1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수준의 도제들이 장인과 더불어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각자의 수준에 따라서 실천에 필요한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관계들이 서로 얽혀 공동체 자체의 교육과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또한 도제식 교육에서 학습실천을 통해 가능하다. 학습자는 참여과정에서 다른 구성원들과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다른 구성원들이 하는 일을 관찰하기도 하고,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받기도 하면서 점점 완전한 참여로 나아간다. 이 과정은 학습할 내용을 참여로부터 떼어내어 독립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실제로 LaveWenger가 조사한 사례들 중에 푸주한의 경우, 제대로 된 참여 혹은 학습이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데, 그 이유는 각 작업공정들에 대한 설명이 실천과 분리되어 제공되었고, 모든 공정이 공동체가 아닌 개인 단위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모든 학습이 실천을 통해서 가능하다면, 학습과 관계된 지식이나 기술 역시 실천, 즉 참여의 과정 속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전문성은 장인의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어떤 특성이 아니라, 그 장인이 소속한 실천공동체의 구조에 속해있(정민승, 2010: 190). 그리고 그런 전문성 혹은 지식, 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끊임없이 공동체가 실천을 통해 움직이고 있을 때 가능하다.

     이 모든 참여의 과정에서 언어는 기존의 교육학 담론에서와 다른,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는다. 교실수업에서 언어가 질문-대답-평가라는 틀 안에서 어떤 지식이나 기술에 대해서about’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면, 상황학습에서는 실천 안에서inside’ 이야기하는 언어적 실천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리하자면, LaveWenger가 초기에 세운 상황학습이론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은 합법적인 주변적 참여라 할 수 있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장인이든, 도제든 누구나 합법성을 통해서만 참여가 가능하며, 그들의 참여는 항상 완전하다기 보다는 어떤 측면에서는 주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법적인 주변적 참여에 못지않게 중요한 개념이 한 가지 더 있는데 바로 실천공동체이다.

 

     2. 실천공동체와 세 가지 차원의 학습

      

Wenger(손민호배을규 역, 2007)는 상황학습이론에서 실천공동체라는 개념을 보다 발전시킨다. 실천공동체는 공동의 기획을 가지고 실행을 함께 하며 그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뜻한다(배을규, 2007; 정연순, 이로미, 2009; Wenger, 2007). Wenger의 논의를 들여다보면 상황학습에서 제시된 바 있는 공동체 차원의 학습의미협상과정이라는 개념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의미협상은 개인이 실천공동체에 참여하고 경험하면서 그 경험내용이 의미를 갖게 되는 과정을 뜻한다. 그 안에는 공동체에 합법적으로 참여하면서 얻게 되는 사회적 경험이나 활동과, 그런 경험에 형태를 부여하는 객체화가 포함되어 있다. 개인은 참여를 통해 얻게 되는 경험들(, 행위, 상호작용, 멤버십 등)을 객체화(형식, 기록, 계획, 도구 등)를 통해 정리할 수 있게 되는데, 자칫 객체화를 통해 경직될 수 있는 부분들은 다시 참여라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에 적합하게 조절이 가능하다. 이렇게 참여객체화의미협상과정에서 가지는 이중성, 상보성이 바로 실천공동체를 이끌어가는 토대라고 볼 수 있다(Wenger. 2007). Wenger는 여기에 더해 공동체의 구성요소는 무엇인지, 또 공동체는 어떤 단계를 거쳐 형성되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실천의 의미는 어떻게 규정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자세하게 논의를 펼치며 상황학습이론을 보다 구체화한다.

 

하지만 우리가 상황학습이론을 통해 학습이라는 현상을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에 보다 초점을 맞추면 Heo의 연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Heo(2008)는 실천공동체에서 이루어지는 활동과 관계를 통한 학습을 세 차원으로 설명한다(정연순, 이로미, 2009; 윤미희, 2010).

     먼저 개인적 차원이다. 이는 LaveWenger(손민호 역, 2010)가 제시한대로 개인이 합법적인 주변적 참여를 통해 공동체의 실천에 동참해가는 과정을 뜻한다. 인턴으로 처음 병원의 의사(M.D.)공동체에 들어간 사람이 참여의 수준을 달리해가며 의사로서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까지 이 개인적 차원의 학습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상호관계적 차원이다. 상호관계적 차원에서 학습을 분석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참여를 결정한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관계를 형성하고 협력하는가를 살펴봄으로써 가능하다. 새롭게 제시된 환자의 케이스에 대해 인턴, 레지던트, 그리고 전문의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의견을 나누고, 궁극적으로 케이스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 치료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지식, 정체성의 변화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런 상호관계적 측면을 분석하는 것은 개인적 차원에서 학습을 분석하는 것과 또 다른 설명을 제공해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동체 차원이다. 실천공동체는 모든 것이 고정되어 있는 경직된 조직이 아니라, 가치, 규율, 태도, 행동 등이 유동적인 공동체이다(정연순, 이로미, 2009). 공동체 내에서 축적된 학습의 역사는 그 공동체의 성격을 규정하기 때문에(Wenger, 2007), 공동체는 새로운 가치의 창출과 더불어 진화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실천공동체를 중심에 두고 학습을 분석하게 되면, 학습은 사람들이 특정한 실천에 참여하는 그 자체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배을규, 2007). 사람들은 공동체에 참여함으로써 다른 구성원들과 상호작용하고, 그 공동체의 문화와 가치를 학습함과 동시에 능동적으로 그것들을 구성한다. LaveWenger가 제시하고 발전시킨 상황학습이론은 이런 과정을 학습이라는 개념으로 포착함으로써 기존의 개인중심, ‘내면화중심의 학습이론들이 설명하지 못하던 부분들을 설명하고 있다.

 

     3. 상황학습이론에 근거한 연구들과 이론의 발전양상 : 한국의 경우

 

합법적인 주변적 참여와 실천공동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한 상황학습이론은 객관주의, 정초주의에 대한 반성과 이를 교육이론에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으로(손민호, 2002) 국내외에서 많은 연구를 통해 발전해 왔다. 여기서는 그 중에서도 국내에서 이뤄진 연구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연구만을 분석하는 이유는, 필자의 역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떤 이론이든 그 이론이 적용되는 사회의 문화적 특징 등과 같은 맥락에 따라 다양하고, 독특한 발전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물론 이 글에서 외국의 사례를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국내와 해외에서 상황학습이론이 어떻게 다른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는지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국내의 연구들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상황학습이론이 나름의 방향성을 가지고 발전하고 있는 모습과 앞으로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드러내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윤미희(2010)는 상황학습이론, 혹은 실천공동체를 적용한 선행연구들을 지식창출과 조직학습 전략으로 상황학습을 채택하는 연구, 상황학습을 하나의 효과적인 교수법으로 적용하려는 연구, 실천공동체를 역동적인 무형식학습이 진행되는 집단으로 보는 연구,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이와는 조금 다르게 정연순과 이로미(2009)는 일터에서 이뤄지는 무형식학습에 주목하는 연구, 개인이 공동체에 입문해 구성원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에 대한 연구, 실천공동체의 틀에서 학습과 정체성의 발달이 가지는 관계에 대한 연구라는 분류틀을 제시한다.

     여기서는 두 분류를 모두 참고하되, 상황학습이론의 발전이라는 측면에 주목하고자 한다. LaveWenger가 처음에 제시한 상황학습실천공동체라는 렌즈를 나름의 방식으로 분화, 정교화하는 지점들을 통해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상황학습이론을 학교교육현장에서 하나의 구성주의 교수법으로 적용하려는 연구들이다(김정란, 2009; 강희자, 이경애, 2004; 정연희, 2003; 이숙정, 2010). 이러한 연구들은 대개 상황학습의 여러 개념들과 가정들 중에 맥락의존성상호작용을 중요한 교수학습설계원리로 삼아 새롭게 교육과정을 구성하길 제안한다. 대표적인 예로, 정연희(2003)는 현재 미술교과서에 담겨있는 내용들을 그 특징에 따라 도제식 상황 참여, 현실 상황 참여, 모의실험적 상황 참여, 웹기반 상황 참여 등으로 구분하고, 학생들이 전문가, 혹은 동료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면서 특정한 상황에서 미술작업을 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비슷하면서 조금 다른 연구가 바로 e-러닝에 상황학습이론을 적용하는 연구이다(이승희, 이정희, 김진우, 김진영, 2006; 이정희, 이승희, 김진우, 2005). 이정희와 그 동료들(2005)은 중국어 학습에 있어 상황학습의 개념과 원리들이 제공할 수 있는 유용성에 따라 9가지 e-러닝 설계 원칙을 제안한다. 보다 실제 활용에 중점을 둔 외국어학습을 설계한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의의는 있을 수 있지만, e-러닝을 통해 제시되는 상황과 실제 외국인을 만나는 상황은 완전히 다른 맥락을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상황이라는 개념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빠진 채 실제적 지식맥락 활용적 지식을 강조하기만 하면 상황학습이론의 적용이라고 보는 것은 언뜻 위험해 보인다.

     상황학습이론이 무형식학습의 하나로 볼 수 있는 도제제도에서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형식교육, 비형식교육의 틀에 상황학습 이론을 적용하려고 하는 것은 분명 독특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또한 상황학습이론이 처방적인prescriptive 성격보다는 기술적인descriptive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학교교육이나 e-러닝의 현상을 상황학습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교수이론으로 상황학습을 활용하는 것은 어쩌면 이론을 잘못 적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학교교육과 전통적인 교과교육론이 가정하고 있는 지식의 객관성, 탈맥락성 등을 해체하는 실천적인 방법으로서 상황학습이론의 적용은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상황학습 이론을 통해 공동체가 어떻게 지식을 창출하는지, 그 과정에 주목하는 연구들이 있다(이윤경, 2004; 최미나, 유영만. 2003). 이런 연구들에서는 어딘가에 저장되는 객관적인 대상으로서의 지식이 아닌, 실천공동체 내에서 인간적 신뢰와 관계를 통해 창조되고 공유되는 지식이라는 관점을 지지하며, 그러한 지식이 어떻게 생겨나고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이윤경(2004)NonakaTakeuchi의 지식창조과정을 개념적 틀로 활용해 구성원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암묵지를 전파/공유한다는 실천공동체의 작동과정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며, “실천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실천적 적용지침을 도출하는데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한다(윤미희, 2010: 46).

     Wenger(2007)에 따르면, 실천공동체 참여의 역사는 지속적인 참여와 실천을 통한 정체성 형성의 역사이다. 이러한 관점에 주목해 무형식학습을 통한 개인의 능력 향상이나 정체성 형성을 다루는 연구들이 있다(정연순, 2005; 정연순, 이로미, 2009; 윤미희, 2010). 정연순(2005)은 신입사원의 사례를 통해 실천공동체에 참여하는 개인이 그 과정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설명하였고, 정연순과 이로미(2009)는 탈학교 청소년들이 탈락자라는 사회적 소수자의 정체성에서 자기주도적 학습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실천공동체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특히 후자의 연구는 참여자 개인의 관점에서 새로운 실천공동체에 참여하고자 하는 동기와 실천공동체 참여 이전의 경험들이 어떻게 그 이후까지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상황학습이론을 적용하면서도 개인적인 변수까지 주목했다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윤미희(2010)Heo가 제시한 학습의 세 차원을 분석틀로 활용해 사회적기업이라는 실천공동체에서 개인차원의 학습과 정체성 형성, 상호관계적차원의 학습, 그리고 공동체 차원의 학습을 분석하고 있다. 상호관계적 차원과 공동체 차원의 학습에까지 주목했다는 점에서 다른 연구들과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개인차원의 학습에 관여하는 동기나 개인적인 변수 등에도 주목했다는 점에서 정연순, 이로미의 연구와 유사한 측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개인적인 변수에 관심을 보인 상황학습이론 연구로 안주영(2009)의 연구가 있다. 그는 경기도의 무형문화재 도제제도가 상황학습이론에서 제시하는 실천공동체와 합법적인 주변적 참여의 틀로 설명이 가능함과 동시에, 장인정신, 그리고 선천적인 재능이 도제가 장인의 수준으로 나아가는데 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문화,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장인정신과 달리 개인적인 측면이 강한 선천적인 재능이 실천공동체의 참여과정에 큰 영향이 있음을 드러낸 것은, 상황학습이론이 학습에 대해 보다 정교한 설명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변수에도 지금보다 더 주목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뤄진 상황학습이론 연구들을 검토해보았다. 처음에 일터에서의 무형식학습을 설명하면서 제시된 상황학습이론이, 전통적인 교과교육론을 해체하는 교수법의 하나가 되기도 하고, 공동체 차원에서 보다 효과적인 지식창출의 방법론으로 제시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 국내 학계에서 지난 십수년간 상황학습이론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처방으로서의 상황학습이 이미 하나의 축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여러 기술적인 연구들에서 상황학습이론이 태동할 때부터 강조해온 맥락이나 공동체’,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상당히 개인적인 변수들에도 주목하고 있는 점을 볼 때, 그동안 상대적으로 외면 받았던 개인의 측면에 대해 상황학습이론의 관점에서 재조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III. 상황학습이론 : 의의와 한계

 

     1. 상황학습이론이 가지는 의의

 

지금까지 상황학습이론이 수립, 발전된 과정을 여러 연구들을 검토하면서 살펴보았다. LaveWenger가 처음에 상황학습을 이론화한 뒤로 약 20년이 흐른 지금, 상황학습이론이 가지는 의의는 다음의 3가지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다.

     먼저 상황학습이론은 직업교육과 같은 무형식학습을 잘 설명하고 있다. Merriam과 동료들에 따르면(2009) 불과 3~4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성인들의 무형식학습은 학습경험으로 포착되지 않고 있었다. 이는 무형식학습을 설명할 수 있는 학습이론이 제대로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무형식학습은 형식교육/비형식교육에 비해 우리의 일생에서 훨씬 더 긴 시간에 걸쳐 다양하고 능동적인 방식으로 발생한다. 그렇기에 상황학습이론과 같이 무형식학습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들의 등장은, 학습이라는 개념을 보다 확장, 정교화 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상황학습이론은 일상을 학습으로 포섭하는”(정민승, 2010: 172) 이론적 전환을 해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상황학습이론은 개인의 인지적 활동이라는 관점에서 학습을 설명하는 틀을 깨고 학습이라는 현상이 발생하는 사회적 맥락을 학습이론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구성주의 이론에 따르면, 개체와 환경은 항상 구조접속하며 상호작용할 수밖에 없고, 그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가 변하게 된다(한숭희, 2009; 정민승, 2010). 그럼에도 많은 학습이론들이 개인의 활동이나 변화만을 학습의 개념으로 분석하고 있다. 상황학습이론은 학습을 공동체에 참여하는 과정으로 보고, 학습을 통해 발전하는 지식이나 기술 역시 한 사람의 개인 내부가 아니라 그 참여의 과정에 붙박여 있는 것으로 보면서 개인을 넘어선 학습연구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상황학습이론은 공동체를 단위로 한 학습연구에 단초를 제공해주고 있다. 특히 실천공동체에서 이뤄지는 학습을 세 가지 차원으로 분류한 Heo(2008)의 논의는 공동체단위의 학습을 섬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었다. 윤미희(2010)는 그러한 분석틀에 따라 한 구성원의 학습,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에서 이뤄지는 학습, 그리고 구성원들의 집합인 공동체에서 이뤄지는 학습이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제시하며 결국 학습이 집단성을 내포하는 개념”(윤미희, 2010: 137)임을 주장한다. 한 구성원들의 변화와 다른 차원에서 공동체 자체가 학습, 진화할 수 있다는 관점은 상황학습이론이 처음부터 개인이 아닌 집단의 활동에 주목했기에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상황학습이론은 처음에 이론화되었던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학습의 개념을 확장하고 새로운 방식의 학습연구를 추동하는데 기여해왔다. 하지만 상황학습이론이 가지고 있는 한계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2. 상황학습이론이 가지는 한계

      

상황학습이론이 가지는 의의가 학습연구, 학습이론의 형성에 기여했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는 반면에, 상황학습이론이 가지는 한계는 몇 가지 다른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다.

     먼저, 상황학습이론이 사회적 맥락상황을 학습연구에 끌어들임으로써 학습개념의 확장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나, 거꾸로 개인 차원에서 지속되는 학습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는 경험학습, 관점전환학습 등 다른 학습이론들에 비해 미흡하다. 이러한 한계는 학습자가 참여하는 공동체가 바뀌는 경우, 그 이전까지 참여과정을 통해 쌓인 학습자의 경험이 다른 공동체에 참여하는데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 잘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지금과 같이 전문가들의 이직이 활발한 시대에 합법적인 주변적 참여와 실천공동체라는 개념만으로는 이직 이후에 전문가들이 이전에 있던 직장과 비슷한 정도의 참여를 요구 받고, 또 비슷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이 잘 설명되지 않는다. 앞서 국내연구를 통해 상황학습이론의 발전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검토하면서 언급한 바 있지만, 공동체보다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individual-oriented) 요소들이 학습현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도 더 섬세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후속연구들이 필요하다.

     이와는 좀 다른 차원에서 Gee(2000)는 지식경제사회라는 조건 속에서 실천공동체에 참여하는 과정이 실제로는 노동자들에게 자본이 주입하는 가치와 규범, 문화에 종속되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LaveWenger는 학습자가 일단 공동체의 문화를 습득하다가 어느 순간 완전한 참여가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문화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고 보았다. 이에 대한 Gee의 비판은 그렇게 공동체의 문화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이미 노동자들은 길들여진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또한 Gee(1999)는 지식과 기술이 개인의 내부가 아니라 실천공동체의 참여과정자체에 존재한다는 것은, 결국 그 실천공동체가 소속된 기업/자본이 지식과 기술을 소유하고 있을 뿐임을 지적한다. 이러한 논의들은 직업세계에 상황학습이론을 적용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우리가 비판적인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더 있음을 드러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의 관점에서 학습을 연구하는데 있어 상황학습이론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있다. 강대중(2007)은 지금까지 제시된 여러 학습이론들이 이분법적인 관점을 택해 어느 한쪽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음을 설명하고, 상황학습이론도 유지/변혁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는 상황학습이론뿐만이 아니라 경험학습이론, 관점전환학습이론 등 기존에 존재하던 모든 학습이론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상황학습이론은 가장 최근에 성립, 발전하고 있는 만큼 다른 학습이론들이 가지고 있던 몇 가지 한계를 극복하고 학습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극복해야 할 한계들이 많이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IV. 나가며 : 요약 및 결론

 

지금까지 상황학습이론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상황학습이론은 공동체참여라는 키워드를 통해 학습현상을 설명함으로써 무형식학습을 이론의 틀 안으로 끌어들였다. 또한 다른 학습이론들이 학습을 고립된 개인의 관점에서 설명하던 것과는 다르게, 상황과 맥락이라는 관점을 학습연구에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학습이론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결과, 학습에 있어 개인의 관점에서 설명되어야 할 부분들까지 놓치는 한계를 가지게 되었다. 국내외의 많은 연구들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방식으로 상황학습이론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포스트모더니즘의 관점에서 다른 성인학습이론들과 마찬가지로 상황학습이론이 가지고 있는 이분법의 문제를 극복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도 더욱 발전시켜 가야할 상황학습이론의 핵심 아이디어는 상황의존적인 학습공동체 단위의 연구일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개념들을 보다 정교화 하되, 학습의 전이transfer, 그리고 공동체의 구성이나 작동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개인적인 요소들을 이론의 틀 안으로 좀 더 포괄할 수 있게 된다면 상황학습이론이 보다 큰 설명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공동체 차원의 학습과 상호관계적 차원의 학습, 개인 차원의 학습들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혹시 서로 충돌하고 갈등하는 측면은 없는지 등이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진다면, 개인의 학습과 아예 다른 차원에서 집단의 학습을 연구할 수 있는 관점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 사회, 나아가 인류사회를 교육학습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하고 비평하는 작업이 가능해질 것이고, 인간현상으로서 학습과 교육을 다루는 교육학이 보다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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