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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경로, 이행, 그리고 교육학의 문제













2011년 2학기 평생학습과 생애경로 세미나 기말페이퍼
문장 구성, 표현 등등 고칠 부분이 많은데.. 귀찮아서 그냥 올림 -_-;;



생애경로, 이행, 그리고 교육학의 문제

 

들어가며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교육 문제라고 하면 많은 이들은 자연스레 학교와 관련된 문제를 떠올릴 것이다. 일상의 문제, 사회 문제로서 교육을 넘어 학문의 차원에서 바라봐도 여전히 연구대상으로서 학교는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윤병희, 2011). 물론 현재 한국 사회에서 학교라는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위상을 고려할 때, 교육학이 자연스레 점유할 수 있는 연구영역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대안교육의 성장, 잇따른 대학 자퇴 선언 등 몇 가지 징후들로 드러나는 학교/학력 체계에 대한 균열, 그리고 사실상 시장의 손에 맡겨진 성인교육영역 등으로 미루어볼 때 언제까지고 교육학이 학교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평생교육담론은 이런 학교 중심의 교육학 연구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담론으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강대중, 2008). 사람이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학령기/학교라는 특정한 시공간의 영역을 넘어 전생애/전사회에 걸쳐 이뤄지는 현상이다. 물론 평생교육이라는 용어가 보급되기 이전에도 사람들은 평생에 걸쳐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을 해왔지만, 우리가 평생교육이라는 관점을 통해 교육연구의 시야를 전 생애, 그리고 전 사회로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한숭희, 2009).
      이렇게 새로운 관점, 혹은 새로운 개념의 도입은 기존에 연구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현상을 교육학의 연구 대상으로 포착하고, 분석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렇기에 교육학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이미 존재하는 이론을 심화 발전시키는 것과 동시에 현상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도구로서 개념을 탐구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이 글에서는 특별히 생애경로(lifecourse)와 이행(transition)이라는 개념이 교육학 연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모색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기존에 한국의 교육학 진영에서 논의가 미비했던 부분에 대한 필자의 아쉬움을 서술하고, 생애경로와 이행이라는 개념에 대한 외국의 선행연구들을 정리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국의 맥락에서 이 개념들을 활용해 교육학의 탐구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볼 것이다


한 교육학도의 아쉬움

교육학은 교육이라는 인간현상을 다룬다
. 정치학이 정치 제도뿐만 아니라 정치/권력이라는 관점에서 인간의 삶에 대해 설명하고, 경제학이 경제구조뿐만 아니라 경제/교환이라는 관점에서 인간의 삶을 설명할 수 있듯, 교육학 역시 교육제도(학교)뿐만 아니라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인간의 삶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교육학 연구의 대부분은 여전히 학교를 기초로 하고 있다(윤병희, 2011). 우리 사회에서 교육문제라고 하면 별다른 설명이 없는 한 학교에서 벌어지는 문제, 혹은 입시의 문제를 통칭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별히 교육학을 전공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교육학은 교사/공무원 시험을 위한, 사실상 교직학”(장상호, 1997)과 마찬가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는 이러한 경향이 징후적으로 드러나는 곳으로 서울대학교를 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대학교는 단순히 학교가 커서 그럴 수도 있지만, 꽤 다양한 교양과목이 개설되는 편이다. 소위 교양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문사철 강의뿐만 아니라 사회과학대학에서도 각 분과학문의 개론수업은 물론 교수의 의지에 따라 특화된 응용분야까지 전공이 아닌 교양과목으로 개설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학과의 경우, 교수진의 규모가 굉장히 큰 편임에도 불구하고 교양과목은 매 학기 <교육의 이해>라는, 그마저도 사범대학 필수교양으로 지정된 강의가 1개만 개설된다(다른 학문의 개론수업은 보통 3개씩 개설). 교육학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 교육학의 이론적 최전선에서 연구를 직접 수행하지 않을 사람이 교육학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다.
      서울대학교 교양수업의 사례뿐만 아니라 대형서점의 교육학 서가를 들여다봐도 비슷한 문제가 발견된다. 다양한 종류의 개론서들이나 학교 현장, 입시제도등 한국의 교육제도를 둘러싼 에세이, 평론집 등이 발견될 뿐, ‘교양서로서 교육학 콘텐츠를 다루는 저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학교현장을 다루는 저서들이 교육학의 범위 안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학교교육]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생각해보면 다양한 교육학의 논의들이 교양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일임에 틀림없다.

어떤 학문이 자리 잡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배타적인 경계선 안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학문공동체가 필요하며
, 또 그 학문공동체 내에서의 소통과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장상호, 1997). 하지만 교육학은 이제 막 등장한 신생학문도 아니고,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학과 철폐론이 등장할 만큼 그 존재기반이 취약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교사로 대표되는 교육실천가, 교육제도를 구성하는 교육행정가, 그리고 교육을 화두로 삼는 연구자들뿐만이 아니라 비전문가들, 즉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 학문으로서 교육학의 정체성을 뒤흔들거나 위기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연구중심학문이라는 슬로건 아래 배타적인 연구자들만의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이 교육학의 발전에 해가 될 수 있다. 양은아(2009)는 인문학의 사례를 들어, 지식생산자와 지식소비자의 경계설정이 무너지는 등 현실적으로지식 생산의 조건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런 와중에 상아탑의 경계를 강화재생산하는 것은 학문의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학교와 대학이 가지는 형식성은 견고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닫힌 권위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학문이 교육을 통해 스스로의 대중성을 재생산하지 못하는 불연속성을 결과했다. (양은아, 2009: 79)

학문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는 다르며
, 학문이 꼭 대중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볼 수도 있다(장상호, 2000). 하지만 대중적이라는 것이 마냥 쉽다거나, 엄밀하게 고민해야할 개념과 이론들을 흥미 위주로 단순화하고, 맥락을 삭제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실천인문학 현장에서는, 대학의 전공수업과 비슷하거나, 때로는 더 높은 수준의 강의가 개설되기도 한다. 여기서 헤겔을 공부하는 학습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헤겔의 사상을 올바르게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헤겔의 사상을 만나게 하는 것이다(양은아, 2010).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오류라고 치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포스트모던 내용분석(강대중, 2008)의 관점에서 볼 때, 한 텍스트에서 하나의 고정된 의미만을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주관적인 맥락에서 의미의 생산이기 때문이다(Richardson, 2000). 여기서 헤겔의 자리에 교육학습을 대입하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상상일까?
     우리가 인문학의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학문/지식을 소재로 교류할 수 있는 채널을 다양화함으로써 오히려 학문의 발전, 보다 미시적으로는 연구자 각각의 질문에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여러 글쟁이들이 실제로 어떻게 저술 작업을 진행하는지를 살펴보면, 대중과의 소통은 특정 분야를 유행하게하는 차원을 넘어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점검하고 정교화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구본준, 2008).
      물론 인문학과 교육학은 다르다. 인문학의 경우, 이미 상아탑 안에서는 위기론이 대두된 지 오래지만 대학사회에서 교육학의 지위는 위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콘텐츠를 비교해도 인류의 역사와 사상, 그리고 각종 예술작품과 같은 모든 인간정신의 표현물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과, 교육이라는 현상/제도를 다루며 많은 부분 경험연구에 기초하고 있는 교육학은 애초에 다른 길을 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적/질적 방법론에 따른 경험연구하는 것이 교육학이 가야할 길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어디에나 항상 첫 경험은 있으며, 그렇게 도전적인 시도들이 결국 학문의 자기변용으로 이어지는 가능성이 될 수 있는 법이다.

이제 아래에서는 이러한 교육학의 도전에 실마리를 줄 수 있는 도구로서 생애경로(lifecourse)와 이행(transition)이라는 개념을 다뤄보고자 한다. 먼저 기존에 연구자들이 이 개념들을 통해 밝히고자 했던 것들이 무엇인지를 간략히 정리하고, 이 개념들이 국내 교육학 연구 지평의 확장에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될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생애경로와 이행

생애경로(lifecourse)는 교육학보다는 사회학에서 주로 다루던 주제, 혹은 개념이다. Elder(1994)에 따르면, 생애경로는 학력, 직장 경력 등과 같이 나이로 구분되어 있는 삶의 궤적(trajectory)을 뜻한다. 이러한 궤적은 삶의 조건이나 선택지의 변화, 그리고 졸업/퇴직과 같은 삶의 전환에 따라 그려진다. 이 궤적을 연구함으로써 우리는 1) 사회의 변화가 인간 삶의 발달/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할 수 있고, 2) 인간 삶의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역동(dynamics)을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육학이 생애경로와 만나는 지점으로는 1) 삶의 발달/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조건으로서 교육제도/문화와 2) 서로 다른 요소들과 상호작용하는 인간 삶의 요소로서 학습을 들 수 있다.
      구체적으로 교육학에서 생애경로를 전면에 내세운 연구서로는 영국의 Learning Lives Project를 기초로 한 Improving learning through the lifecourse(Biesta et al, 2011)를 들 수 있다. 이 책에서 연구자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체의 학습전기(learning biography)가 체험되고(lived) 진화해온 방식을 추적함으로써 학습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음을 드러낸다. 또한 학습자가 자신의 생애와 학습에 대해 진술하는 서사(narrative)를 통해 생애경로 안에서의 학습(learning in the lifecourse)을 포착함과 동시에 생애경로를 통한 학습(learning through the lifecourse), 즉 학습자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학습의 양상을 보여준다.
      사회학의 전통에서도, 그리고 교육학의 관점에서 이뤄진 생애경로 연구를 통해서도 우리는 크게 보면 사회적 구조(social structure)와 개인의 행위성(individual agency)이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렌즈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학습자가 생애경로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제도와 문화들이 학습자의 생애에, 보다 구체적으로는 그들이 경험하는 학습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탐구하는 게 social에 가깝다면, 스스로의 진술을 통해 자기 생애를 구성하고, 그 과정에서 또 학습이 발생하는 narrative learning의 개념은 individual에 가까울 것이다. 이 둘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하느냐는 논쟁은 결국 구조와 행위성이 독립적이라기보다는, 더불어서 이해돼야 한다는 절충적인 답안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Richard et al, 2005). 중요한 것은 각 연구자들의 관심과 해명하고자 하는 질문에 따라 구조와 행위성 사이에 벌어지는 역동(dynamics)의 양상이 다르게 포착될 것이라는 점이다.

생애경로를 탐구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이 바로 이행(transition)이다. Ecclestone과 동료들(2010)에 따르면, 이행에 대해서는 크게 네 가지 서로 다른 생각이 존재한다먼저 이행을 제도화된 통로나 체계에 관한 탐색으로 보는 관점이다. 초등-중등-고등-직장/가정 등으로 표현되는 생애경로는 한 사회 내에서 제도화된 학력/경력 시스템과 각 구성원에게 기대되는 규범을 반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행 연구는 주로 제도/규범이라는 사회적 구조와 개인이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을 중심에 두고 이뤄지게 된다.
      이와는 조금 다르게 이행을 개인의 인지적, 정서적 변화의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는 한 집단/상황에서 다른 집단/상황으로 옮겨갈 때, 개인이 새로운 집단이 요구되는 바들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관심을 둔다. 첫 번째 관점과 비슷하게 상급학교로 진학하거나 새로운 직장을 가지게 되는 순간들을 다루게 되지만, 심리/사회문화적인 요인들을 고려함으로써 조금 다른 방향의 분석이 가능해진다.
      특별히 진학이나 취직과 같이 사회적 조건이 크게 변화하는 순간이 아니라, ‘누군가가 되어가는 과정’(Becoming Somebody)으로 이행을 바라보는 학자들도 있다. 이들에게 이행은 특정한 학습경험을 전후로 이뤄지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존재 사이의 이동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행은 눈에 띄는 조건의 변화가 꼭 수반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잘 가시화되지 않거나, 잠재적인 경우가 많다. 이를 드러내고 분석하는 과정에서는 한 사회의 교육/경력 체계보다는 한 사람의 생애 안에서 작용하는 여러 삶의 요소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삶 자체를 이행으로 바라보는 관점(Life-as-Transition)이다. Quinn(2010)과 같은 학자들은 시간의 선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행이 단계를 차곡차곡 밟아나가는 것이라는 관념을 거부한다. 한 사람이 지향하는 가치, 그리고 그 가치에 의한 판단 등 우리의 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경험과 함께 끊임없이 변화/재생산되는 것이기에 어느 시점부터 이행이 시작되고 어느 순간 완결된다는 것을 구분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항상 이행의 과정 가운데(“lost in transition”)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행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관점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선형적으로 발전해왔다거나 뒤에 나오는 개념이 앞의 것을 포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 오히려 각각의 관점이 드러낼 수 있는 현상이 다르기에, 연구자의 관심에 따라 적합한 관점을 채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행의 시작과 끝을 판단할 수 없다는 Quinn의 관점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을 둘러싼 조건들과 그들의 반응양식을 연구할 때에는 사회적으로 제도화된 체계와 규범, 그리고 인구학적인 변인들을 고려함으로써 드러낼 수 있는 학문적 진리가 있을 것이다.


생애경로와 이행, 그리고 교육학의 탐구영역

국내 교육학계에서는 아직 생애경로와 이행이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다. 현재 우리가 생애경로를 공부하기 위해 접할 수 있는 텍스트는 대개 영미권 사회학자들의 작업물들이고, 교육학에서는 앞서 언급한 영국의 Learning Lives Project에서 비롯된 연구서가 약간 있을 뿐이다. 이론과 개념은 그것들이 뿌리내리고 있는 사회의 지평에서 구성된다고 할 때, 영미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분석틀을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애경로와 이행이라는 렌즈는 국내 교육학계에 충분한 자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대중(2008)은 평생학습경험조직론과 평생학습문화론이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연구영역을 제기한 바 있다. 평생학습경험조직론이 학습자가 스스로 어떻게 학습경험을 조직하고, 또 설명하는지 탐구한다면, 평생학습문화론은 학습경험이 구성되는 상황맥락을 탐구하는 영역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생애경로와 이행은 이 각각의 탐구영역에 새로운 통찰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은 물론, 또 다른 탐구영역에 대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평생학습경험조직론: 학습자의 학습경험에 대한 연구

학습자의 학습경험을 다루는 평생학습경험조직론의 관점에서 보면, 생애경로 연구는 학습생애사(강대중, 2009)라는 연구방법론과 꽤 겹치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특히 생애경로 연구에서도 학습자의 과거 학습경험에 대한 진술 안에서, 그리고 그 진술 자체를 통해 학습하는 ‘narrative learning’에 주목하는 경우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생애사가 주로 회고를 통해(retrospective) 과거의 경험/맥락에 현재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면, 생애경로는 그뿐만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에 대한 판단/예측까지를 포함한다(Biesta et al, 2011). 또한 생애경로와 이행의 문제를 연구할 때, 꼭 질적인 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전기적 접근을 취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많은 생애경로/이행을 다루는 연구는 인구학적 통계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Person et al, 2005; Hoelscher et al, 2010). 중요한 것은 생애경로와 이행이라는 렌즈를 통해 새롭게 들여다 볼 수 있는 현상들이다. 서로 다른 목적의 교육기관을 경험한 학습자들은 그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이후 다른 기관으로의 이행에 그 경험이 어떻게 반영되는가? 다른 학습경험을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세대는 새로운 교육제도/문화의 생성에 어떻게 대응하고, 거기에 반영된 경험은 무엇인가? 이런 문제를 탐구하는데 생애경로와 이행이라는 관점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평생학습문화론: 학습경험의 바탕이 되는 상황맥락

한 사람이 외딴 섬에 홀로 존재하지 않는 한, 문화와 사회는 그 사람의 경험에 일정한 영향을 발휘하게 된다. 평생학습문화론은 이렇게 개인의 학습경험과 영향을 주고받는제도/문화에 대한 탐색이다. 구조와 행위성이 서로 더불어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개인의 학습경험을 들여다보면서도 제도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그 초점이 어디에 있느냐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People seek meaning through learning in a range of ways across their lives, but often in circumstances that are constrained and influenced by forces that they do not control. We need to explore and understand these forces, as well as the diverse and complex meaning of learning in people’s lives, if we are to improve opportunities for learning through the lifecourse. (Biesta et al, 2011: 14, 강조는 원문)
 
학습자가 통제하지 못하지만 학습경험을 제한하고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화적 에 대한 연구 역시 교육학의 문제의식을 확장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도 학점은행제, 경험학습인증제 등 일터나 커뮤니티에서의 경험을 국가자격체계의 틀 안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과연 개인의 학습경험을 구성하는 상황맥락에서 어떤 양태로 드러날지에 관한 연구들이 가능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생애경로와 이행이라는 관점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생애경로와 이행은 기존의 평생교육논의지형에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생애경로와 이행이 현재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 보다 의미를 가질 수 있는 탐구영역은 평생학습경험조직론이나 평생학습문화론과는 다른, 3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탐구 영역: 교육학적 사회/문화 비평

그 세 번째 탐구영역은 바로 교육학적 사회/문화비평이다. 여기서 비평이란, 사회/문화현상으로 나타나는 징후들을 교육학의 관점에서 포착하고 해석하는 작업을 말한다. 사회/문화현상이 텍스트가 되고, 그 텍스트에 의미를 부여하며 읽어나간다는 점에서 넓은 범위의 문화연구(한숭희, 양은아, 2007; John, 2007)라고 볼 수도 있다.
       하필이면 생애경로와 이행이라는 개념을 다루면서 교육학적 비평을 이야기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2000년대 한국 출판계의 화두는 단연 자기계발서였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그 전에도 그랬듯 출판시장의 베스트셀러는 대개 유명 작가들의 문학작품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3년부터 베스트셀러 20위 안에 소위 미국산 자기계발서들이 2~3권씩 등장하며, 2005~2008년에는 자기계발서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자기계발서가 주목을 받았다(네이버캐스트 베스트셀러). 이러한 붐은 2009년 이후에 다시 문학이 주목받기 시작하며 점차 사그라지지만, 2011년에도 여전히 베스트셀러 20위 안에는 유명출판사의 영어시험 대비 교재가 몇 권씩이나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불안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노동시장 진입을 앞두고 스펙을 쌓기 위한 노력들을 반영한다(문수현 외, 2010). 정치, 경제, 사회의 관점에서 이런 현상에 대한 비평은 언론지면에 차고 넘치며, ‘88만원 세대’(우석훈, 박권일, 2007)라는 용어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자기계발서 붐, ‘학점보다 스펙이라는 징후로 드러나는 사회 현상에 대해 교육학의 관점에서 비평하는 담론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자기계발서는 결국 생애경로의 특정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이행을 준비하는 학습자들을 주로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스펙경쟁이란 것도 학력 인플레 등 우리 사회의 교육제도와 그에 대한 지배적 규범, 문화라는 맥락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보면 교육학적 관점에서 이 현상을 비평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또한 여기서 필자의 해석은 생애경로와 이행이라는 관점이 교육학에 열어주는 몇 가지 가능성들 중에 한 가지를 적용한 것뿐이며, 생애경로 연구의 변용가능성과 이행의 서로 다른 차원까지 고려한다면 훨씬 다양한 교육학적분석 비평이 가능할 수도 있다.
      이러한 비평작업이 잘 이뤄진다면 앞서 다뤘던 교육학에 대한 아쉬움 - 연구중심학문으로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교양콘텐츠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필자의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해법이 될 것이다. 또한 고유한 관점을 가진 학문으로서 사회/문화에 대한 비평이 가능하다는 것은 학문의 존재가치를 빛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최우석, 2006).

사회현상으로 드러나는 징후들 외에 교육학의 시야를 확장할 수 있는 탐구영역으로 대중문화가 있다. 텍스트로서 대중문화를 읽어내는 시도는 이미 대중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인문학자들 사이에서는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으며(한숭희, 양은아, 2007), 언론지면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는 사회과학자들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의 핫 이슈드라마인 <뿌리 깊은 나무>를 언급하는 칼럼들은 드라마에서 사회철학 논쟁, 한국 사회의 정치적 욕망 등을 읽어냄으로써 학문과 대중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학 안에서 대중문화에 대한 비평은 거의 볼모지에 가깝다.
      한숭희(1998)는 대중문화를 통한 무형식학습의 가능성을 이야기한 바 있지만, 이는 학습자가 대중문화를 통해서무엇을 학습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대중문화에 반영되는 욕망, 그리고 대중문화의 콘텐츠 자체를 텍스트로 읽어내려는 시도에 관한 것은 아니다. 대중문화의 틀 안에서도 그나마 영화라는 장르에 대해서는 정영근(2003)교육영화를 분류하고, 비평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으며, 최우석(2006)이 영화 <매트릭스>를 교육영화로 읽어내는 작업을 한 바 있다. 하지만 딱 이 두 개의 논문 외에 별다른 연구 작업을 찾아볼 수 없으며, 영화 외의 다른 장르 드라마, 만화책, 애니메이션, 방송프로그램 등 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하고 있지 않다.
      이제 대중문화를 엔터테인먼트의 의미만으로 한정해서 바라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DMB의 보급에 이어 인터넷 방송이 시작됐고, 지금은 스마트폰, 태블릿의 보급과 더불어 아이튠즈 팟캐스트와 같은 다양한 문화유통 플랫폼이 존재한다. 대중문화는 기술의 발달과 함께 점점 더 사회 구성원들의 일상에 침투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누군가의 학습경험을 연구한다고 할 때, 특히나 학교/학원과 같은 /형식교육장면을 벗어나 무형식학습의 관점을 활용한다고 하면 대중문화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닐 것이다. 특히 대중문화 생산에 있어 쌍방향 소통이 점차 강조되면서(시청자 참여/의견), 이제 생산자가 일방적으로 제공하고 소비자가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소비자의 교류 속에 역동(dynamics)이 보다 강하게 드러날 수 있게 되었다. 그 역동 속에서 교육과 학습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교육학자들이 할 수 있는 연구/비평작업일 것이다.

여기서는 <위대한 탄생>이라는 프로그램의 사례를 통해, 대중문화와 관련해 교육학의 관점에서 수행할 수 있는 세 가지 다른 방향의 연구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앞서 자기계발서와 스펙이라는 키워드로 제시한 바 있는 비평 작업이다. <위대한 탄생>2011년 한국 사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서바이벌/오디션 프로그램의 하나이다. 우선 서바이벌/오디션 프로그램에 대중이 열광하는 현상 자체에 대해서도 비평이 가능하겠지만, 필자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위대한 탄생>의 시스템을 두고 시청자들이 보인 반응이다. <슈퍼스타K>의 경우, 심사위원들이 참가자들의 공연을 보고 점수를 매기며, 점수가 높은 사람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 반면에 <위대한 탄생>의 경우, 최종 12명이 남은 후부터는 <슈퍼스타K>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그 전에는 5명의 멘토들이 점수가 아니라 합/불 여부를 결정해 다음 라운드 진출자를 정하고, 나중에는 자신이 직접 가르칠 제자를 뽑는 시스템이다. 각 멘토들이 각자 4명의 제자를 뽑는 라운드가 방송을 타자 시청자 게시판에는 공정성의 상실이라는 평가가 줄을 이어 올라왔으며, 몇 차례에 걸쳐 기사화되기까지 했다. 논란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A라는 참가자가 더 잘했는데, 아무도 A를 뽑지 않아 A는 탈락하고, BA보다 못했지만 B를 선호하는 멘토가 있어서 붙었다는 것이다. 점수제였다면 아마 A는 합격하고 B는 떨어졌을 것이라며, <위대한 탄생><슈퍼스타K>에 비해 공정하지 못하고 주관적인 시스템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필자는 여기서 드러나는 대중들의 공정성에 대한 욕망을 우리 사회 교육제도의 특징, 그리고 교육을 둘러싼 지배적인 규범과 결합해 공교육 시스템을 비평하는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방식의 작업에서 <위대한 탄생>이라는 프로그램의 역할은 대중의 욕망을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채널이다. 여기서 학자들의 관심은 <위대한 탄생>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 그 안에 담긴 교육학적 의미의 발견/맥락화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위대한 탄생>이라는 프로그램에 괄호를 치고, 그 안에 흐르는 콘텐츠 자체를 텍스트로 읽어내는 작업이다. <위대한 탄생>은 정식으로 가수 데뷔를 하기 전인, ‘수련생들이 멘토들의 지도를 받아 주어지는 미션들을 수행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리고 방송에서는 단순히 오디션 장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째서 이들이 가수라는 길을 택했는지, 노래를 어디서 배웠는지, 어떤 경험들을 해왔는지 등을 인터뷰를 통해 드러낸다. 그런 참가자들의 내러티브는 그들이 어떤 곡을 선곡하고, 어떤 가사에 특별히 감정을 이입하는지와 연결되며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렇게 대중문화의 콘텐츠 자체에 존재하는 이야기는 사실 의미생성을 위한 텍스트로서 커다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경험연구의 한 축을 구성하는 질적 연구방법은 많은 경우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연구의 자료로 삼는다. 그 이야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참여자를 직접 면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연구 질문과 문제의식에 적합한 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직접 면담을 하지 않고도 질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Kang, 2010). <위대한 탄생>이라는 방송프로그램은 물론, 영화,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웹툰, 드라마 등 많은 대중문화 콘텐츠에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대중문화 콘텐츠가 허구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경험연구의 근거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질적 연구에서 면담을 통해 수집되는 자료들 역시 이미 참여자들의 해석이 덧붙여진다는 점에서 온전히 사실(fact)이라고 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연구자가 참여자와의 만남에서, 그리고 수집된 자료를 읽어가는 과정에서 의미를 생성하는 것이며, 그에 대한 공감을 얻는 것이다(Richardson, 2000; 곽영순, 2009). 대중에게 익숙한 대중문화비평을 통해 교육학자들이 교육학 커뮤니티 바깥의 사회와 지적 소통을 시작한다면, 학계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도 차차 가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하는데 생애경로와 이행이라는 개념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얼마 되지 않는 교육학자들의 비평작업이 그나마 <죽은 시인의 사회>와 같이 확연한 학교태의 모습이나, <매트릭스>처럼 사제관계/청출어람의 양상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영화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생애경로와 이행이라는 관점은 수많은 드라마, 애니메이션, 만화 등 서브 컬쳐를 구성하는 장르들의 콘텐츠에 담긴 캐릭터들의 성장과 갈등, 변화(이행)에 대해 교육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세 번째는, 대중문화의 생산과 소비를 통해 드러나는 학습의 양상을 탐구하는 것이다. 한숭희(1998)는 무형식학습의 관점에서 대중문화의 향유가 학습자들의 학습경험에 끼치는 영향이 있으며, 그것이 교육학의 연구대상이 될 수 있음을 설명한 바 있다. 이런 관점에 더불어, 대중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쌍방향 소통이라는 조건 속에서 과연 자신()의 생산 활동을, 그리고 생산하는 콘텐츠 자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 내러티브를 통해 학습경험을 분석하는 작업도 상상할 수 있다. <위대한 탄생>의 경우, 올해 방영되고 있는 시즌2는 시즌1에 대한 반응을 바탕으로, 많은 부분 시즌1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새로운 시도도 포함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변화를 설명하려면 프로그램 생산자들의 전문성 향상,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 새로운 기술의 발달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드러내는 작업은 충분히 기존 학계의 연구관행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터에서의 학습이나 전문성과 관련된 연구에서 대중문화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잘 보이지 않았기에, 우리가 보다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실 <무한도전>과 같이 오랫동안 방송되며 자기진화를 거듭한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프로그램의 생애경로라는 관점으로 지금 당장 연구를 해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정리하자면, 우리는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발현되는 대중들의 욕망을 교육학적 관점에서 비평할 수 있으며, 콘텐츠 자체에 존재하는 이야기를 분석할 수 있고, 대중문화산업의 생산자-소비자-재화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이러한 비평/연구의 시도는 비단 생애경로와 이행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응용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존 교육학의 개념/관점으로도 시야만 넓힌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가며: 한계와 가능성 사이에서

이 글에서는 교육학이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없음을 교육학 교양콘텐츠의 부재를 통해 지적하고, 그에 대한 해법으로서 교육학적 사회/문화비평의 가능성을 점검해보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애경로와 이행이라는 개념이 교육학의 시야를 보다 확장해줄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 글의 제목이 교육학의 문제인 것은, 교육학의 소통부재가 학문의 발전을 가로막는 문제(problem)일 수 있음과 새로운 연구문제(question)가 필요함을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사실 생애경로와 이행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한 상황에서 갑자기 사회/문화비평 작업을 하자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한 제안일 수 있다. 오히려 새로운 개념을 도입할 땐, 진중하고 엄밀한 학문적 탐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또한 보다 근본적으로 따졌을 때, 굳이 사회/문화비평을 꼭 해야만 분과학문으로서 가치를 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드러내고 싶었던 것은 가능성이다. 보다 교육학이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소재가 되고, 논의될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는관점을 가진, 흥미로운 학문으로서 교육학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코 이 글에서 제안하는 비평작업으로 기존 교육학의 연구를 모두 대체하자는 것이 아니다. 기존에 이미 연구하던 평생학습경험조직론, 평생학습문화론에 더해서시야를 확장해보자는 것이다. 한숭희(2009)에 따르면, 학습사회는 학습이 사회의 구성 원리로 기능하는 사회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교육과 학습이라고 하면 학교, 입시와 동의어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꼭 100% 오류라고 볼 수는 없지만, 학습과 교육이라는 인간현상에 대해 사회구성원들이 보다 관심을 가지고 발화하기 시작할 때 교육학 역시 더 생동감 있는 학문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글의 문제의식은
<뿌리 깊은 나무>를 보면서 싹텄다. 드라마의 후반부에 나타난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반포와 유포라는 작업은, 국가의 형식교육, 리터러시 정책, 그리고 무형식학습을 통해 드러나는 학습자들의 자발성이 어떤 한계와 가능성을 가지는지 등등 평생교육의 맥락에서 다양한 분석을 내놓을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뿌리 깊은 나무>를 언급한 글들은 온통 정치, 사회적 함의만 담고 있었다. 이는 교육학자들이 이런 비평 작업에 관심이 없어서기도 하겠지만, 대중에게 교육학의 언어, 교육학이 담는 의미가 정치/사회/경제학이 담는 의미보다 별로 재미가 없어서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시도는 대중들로부터가 아닌, 교육학 연구자들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외에는 게임을 통한 시민교육의 가능성(Chad et al, 2009)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있다. 상상력의 확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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