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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리뷰

[논문] 생애경로와 교육학 연구













2011 가을학기 평생학습과 생애경로 리뷰페이퍼

 

Johnson, M. K., Berg, J. A., & Sirotzki, T. (2006). Relative Age in the Transition to Adulthood. Advances in Life Course Research, 11, 287-316.


Kerckhoff. A. (2003). From Student to Worker. Handbooks of Sociology and Social Research. pp 251-267

 



생애경로와 교육학 연구



<Relative Age in the Transition to Adulthood>에서 저자들이 다루고 있는 relative age, 혹은 subjective age라는 개념은 생물학적인 속성(세포의 노화 정도)이 아닌 사회적인 기대, 요구를 지시하고 있다. 물론 그 사회적인 기대와 요구가 구체적인 개인에게 영향을 끼칠 때는 항상 개인의 생물학적인 나이와 결부될 것이다. 예를 들어, “너는 나이가 스물여섯인데 아직도 군대를 안 갔다 왔니?”라는 말에는 태어난 지 26년 되었다는 한 개인의 생물학적 속성과 징병제라는 한국사회의 속성이 모두 담겨있다. 이렇게 우리가 생애경로를 구성할 때 동원할 수 있는 중요한 개념자원인 나이가 가지는 의미는 사실상 사회적으로 구성된 기대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한 기대역할은 서로 다른 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기대역할이 구성되는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인으로는 학교체제를 들 수 있다. <From Student to Worker>에서 저자는 독일과 영국, 미국의 서로 다른 학교체제가 어떻게 학생에서 노동자로의 전이과정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만약 독일의 학생이 20대 중반까지 미국 학생처럼 common한 교육을 받으며 직업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특이한 사람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각 사회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생애경로의 단계는 그 사회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제도의 특징에 따라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학교와 직업세계에 관한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생애경로는 어떻게 구성될까? <From Student to Worker>를 참고하면, 한국은 독일이나 영국보다는 미국과 비슷한 학교체제를 갖추고 있다. 즉 다수의 구성원들이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될지 선택하는 시기가 유럽에 비해 늦은 편이며, 학교에서 배운 기술이나 지식을 바로 현장에서 쓸 수 있을 만큼 학교와 직업세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독일처럼 상대적으로 빠른 시기에 진로를 결정하고 거기에 몰입하는 것이 꼭 바람직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결국 해법은 평생교육론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다양한 삶의 방식을 지원할 수 있는 멀티트랙을 구성하고 그 경로간의 이동도 까다롭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학교 체제의 새로운 모습을 그리는 것은 결코 교육학에서만 내놓을 수 있는 해법이 아니다. 지금까지 사회학의 연구물을 주로 읽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생애경로가 구성되는 방식’, ‘한 개인의 해석 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개념자원들’ ‘사회체제가 개인의 해석적 실천에 끼치는 영향등 생애경로라는 관점에서 던질 수 있는 질문들은 그냥 봤을 때는 사회학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생애경로라는 관점에서 개인이나 집단의 학습과 연관되는, 학습의 이면에 깔려있는 사회적 속성을 드러낸다면 교육학 연구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문제의식도 크게 보면 밀즈가 말한 사회학적 상상력에서 갈라져나온 것 아닐까?


사실 개인적으로는 교육학과 사회학의 구분선이 명확하게 그어진 것이 아니고, 명확하게 그어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학에서 학습연구를 하는 것과 교육학에서 사회 연구를 하는 것 모두 가능할 것이고, 분과의 경계를 넘어 연구 질문중심으로 학제간 횡단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학에서 생애경로를 통해 던질 수 있는 질문과 교육학에서 생애경로를 통해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좀 다르지 않을까? 아마도 참고할만한 선행연구가 없어서겠지만, 생애경로라는 관점에서 교육학 연구를 하는 게 어떤 형태가 될지 학기의 중반부를 넘어선 지금도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