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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리뷰

[논문] 생애경로에의 구성주의적 접근













2011 가을학기 평생학습과 생애경로 발제문 & 리뷰페이퍼

 

Holstein, J. A., & Gubrium, J. F. (2000). Constructing the life course (2nd ed.). Dix Hills, N.Y.: General Hall. CH.1~CH.2

 



생애경로에의 구성주의적 접근



Chapter2에서 저자들은 생애경로의 구성주의적 접근에 대해 개괄하고 있다. Chapter1을 통해 살펴본 몇 가지 전통적인 접근들은 추상화된 개념적 틀을 만들고, 그 틀을 활용해 일반화된 용어로 현상을 설명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생애경로는 시간의 흐름, 인생에서 마주치는 변화와 관련하여 체계화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구성주의적 접근에서 생애경로는 객관적으로 주어져 있는, 혹은 어떤 객관적인대상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다. 구성주의적 접근에서 생애경로는 사람들이 그들의 삶 속에서 마주치는 것들을 이해하고, 묘사하고, 또 해석하기 위해 활용하는 용어/범주라 할 수 있다. 생애경로는 그렇게 삶 속에서 마주치는 많은 것들 중에서도 특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변화, 인생의 단계등에 주목한다. 초반부에 제시된 사례를 보면, 6살짜리 아이도 자기 나름의 해석을 덧붙여 “baby”-“toddler”-“child”와 같은 단계를 나누고, 49살의 중년 여성도 결혼 이후 자신의 삶을 시기별로 “child (bride)”-“middle aged housewife”-“senior citizen”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런 단계의 구분을 통해, 이들은 자신들의 삶이 가지는 의미를 전달한다. 그리고 이렇게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의미 있는 해석을 남기는 것은 그 자체로 삶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앞서 접했던 narrative learning의 개념과 비교해 볼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사례로 제시된 6살짜리 아이와 49살의 중년여성 모두 “child”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표현이 의미하는 바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6살짜리 아이에게 child가 상대적으로 성숙한 단계를 의미한다면, 삶을 회고하는 중년여성이 자신이 갓 결혼했을 때를 child라고 표현하는 것은 순수함, 미성숙을 의미한다. 두 사례에서 “child”라는 용어가 가진 의미는 그 용어를 통해 드러나는 서사적 맥락으로부터 각각 도출된다. “같은 용어가 항상 같은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이렇게 구성주의적 접근은 전통적인 접근에서 객관적으로 주어진 것이라 가정하는 것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며 새로운 방법으로 생애경로를 분석하고자 한다.

 


The Analytic Framework

 

구성주의적 접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개념은 해석적 실천interpretive practice’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해석이 가미된 상호작용, 즉 발화와 언어 사용을 통해 사회적 세계를 형성한다. 실재reality는 사람들의 행위 바깥에 어떤 대상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적 실천을 통해서 조직, 관리, 형성된다. 그런데 이 해석적 실천을 위해서, 즉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석하고, 상호주관적인 이해를 형성하고, 실천을 기획하고, 의미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 사회적, 문화적으로 주어진 범주나 생각들이다. 이런 범주나 생각들은 해석에 필요한 개념적 자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은, 사회적으로 주어진 범주라 할지라도 그 의미는 해석적 실천의 과정에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49살의 중년 여성이 자기 나름의 해석적 실천을 통해 스스로를 senior citizen으로 명명할 수는 있지만, senior citizen이라는 표현에 그녀가 부여한 의미와 다른 사람들이 부여하는 의미는 다를 수 있다. 즉 해석적 실천의 자원으로서 제시되는 사회, 문화적 자원들은 결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해석에 따라 범주를 적용하고, 의미를 할당하는 것은 보편타당한 조건이 아닌, 특정한 상황과 상호작용의 맥락 안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 사회적, 문화적으로 어떤 삶의 변화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할 수 있는 많은 방식이 쌓여있을지라도, 그 수많은 방식들 중에 무엇을 선택하고 적용할지를 알려주는 것은 바로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모든 해석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담론이나 제도들은 분명히 개인의 해석적 실천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럼에도 구성주의적 접근이 보다 많은 설명자원들에 주목하면서 상징적 상호작용이론과 같은 전통적인 접근방식들에 비해 보다 폭넓은 사고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사실이다. 상징적 상호작용이론이 소위 역할이나 사회적 자아와 같은 사회의 담론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구성주의적 접근은 거기에 더해 다른 전통적인 접근방식에서 제시한 분석틀을 포함하는 개인의 담론까지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The Life Course Across Culture and History

 

생애경로는 여러 문화권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구체적인 특징들은 문화적으로 정의된다. 미국 사회의 나이 개념은 선형적, 연대기적인 가정들에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회에서는 순환적이거나, 복수의, 가역적인, 비선형적인, 측정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시간이 경험된다. 호피족은 동사에 따로 시제가 없고 사건의 지속시간만을 나타낸다고 한다. 대만의 농부들은 생애경로라기 보다는 순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아프리카의 한 사회에서는 생물학적 나이와 의 나이를 구분한다. 동시대의 다른 문화권이 아니라 같은 문화권의 과거 역사를 살펴봐도 이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아리에스가 아동의 탄생에서 밝히고 있듯, 이전에는 아동이라는 시기 자체가 생애경로의 한 단계로서 전혀 인식되고 있지 않았다.

 

이렇게 역사와 문화에 걸쳐, 삶의 변화를 구성하는 방식은 굉장히 다양하다. 생애경로의 정의와 의미는 문화적인 믿음과 가정에 의해 구체화된다. 이렇게 보면 생애경로는 일종의 메타포로 생각될 수 있다. 메타포로서, 개인의 생애경로에 대한 서구적인 개념은 사회, 역사, 문화적 조건과 가정들을 반영하는 단계로 구성된다. 그렇게 구성된 메타포는 일종의 문화적인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개인들은 그렇게 문화적으로 박혀있는, 그들의 삶에 대한 이론에 의해 이끌린다. 그 문화 안에서 일반적인 이론들은 각 개인들이 경험을 정렬하고, 그들의 과거와 현재 사이의 연속성이나 단절을 보여주기 위해,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사용된다. 다양한 사회에서 생애경로, 삶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서로 다른 문화적 언어, 이론들이 동원되는 것을 보면, 단 하나의 자연스런 생애경로나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의미는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Constructionist Assumption

 

구성주의적 접근은 생애경로에 관해 객관적인특징들을 찾아내고자 하기 보다는, 어떻게 사람들이 해석적 실천을 통해 생애경로를 구성하는지를 검토한다. 여기서 초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가, 혹은 경험이 의미를 획득하는가이다.

 

Bracketing the Life World:

생활세계에 괄호를 친다는 것은 사전에 불필요한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생애경로는 확고하게,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실재가 아니다. 그것은 구성되고’, ‘해석을 통해 유지/변화하는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전통적인 접근방식들처럼 특정 기준에 따라 정상일탈을 구분하는 것은 구성주의적 접근의 관심이 아니다. 구성주의적 접근에서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 스스로 말하게 하고, 그들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예를 들어, ‘성숙함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면, 연구자가 성숙함을 미리 규정하기 보다는, 상황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해석 작업을 통해 성숙함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를 탐구하는 것이 구성주의적 접근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누군가가 성숙하냐, 아니냐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성숙하다거나 그렇지 않다는 것이 어떻게사회적으로 선언되고, 성취되는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Situated Rationality:

모든 과학자들이 합의할 수 있는 합리성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구성주의적 접근에서는 합리성을 실제적인, 또는 상황적으로 조건화된 문제로서 다룬다. 어떤 상황에서 합리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행동도, 다른 상황에서는 비합리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다. 놀이방의 간호사들이 딸을 보러 온 아버지와, 뭔가를 수리하러 온 잡역부의 위생 상태에 관해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것처럼, 어떤 문제에 관해 합리적인주장이나 기술은 그 상황에서 작동하는 합리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Documenting the Construction Process:

 구성주의적 접근에서 변화가 지시하는 것은 삶에 대한 감각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성숙함에 대해 아버지와 아들이 각자의 논거를 들며 논쟁하는 과정 속에서, 실은 그 논쟁의 테마인 성숙함이 가진 의미도, 그리고 실은 성숙함그 자체도 함께 변하는 것이다.

 


Method, Emphasis, and Sources

 

Method:

구성주의 분석이 가지는 방법론적 함의는, 생애단계로부터 구성되는, 해석적인 과정에 관심을 기울인 것에 있다. 구성주의적 접근이 자료로 삼는 것은 해석적 실천이다. 그 해석적 실천을 통해 생애경로는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연구자들은 그 생애경로를 구성하는 다양한 담론, 과정, 그리고 상황을 해체해서 드러낸다.

 

Emphasis:

1) 생애경로의 구성은 사회적 과정이다.

2) 해석적 실천은 우리의 행위, 객체, 상황에 대한 이해를 조직하지만, 동시에 상황에 의해 조건화된다.

3) 생애경로의 구성은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다.

4) 해석은 기술적인descriptive 동시에 수사적이다rhetorical.

 

Sources:

1) 인간의 삶에서 생애경로가 주제가 되는 수많은 사례들

2) 인간 발달, 노화를 주제로 한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들

3) 질적 연구를 통해 수집한 사회복지 관련 자료들


비평

1. 생애경로가 구성되는 과정에는 굉장히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끼치게 되며, 그 다양한 요소들 중에 하나로 사회문화적 맥락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학습자가 자신의 생애경로를 구성하는 과정, 해석적 실천에 있어서 우리 사회의 학교교육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어떤 역할을 하는가?) 공교육이 가지고 있는 모종의 이미지,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거쳐 가기에 쌓이는 그 집합적 경험들, 과연 우리 사회의 평생학습자들이 자신의 학습경험을 구성/관리/평가/이해 해석하는데 어떤 영향을 끼칠까? 평생학습담론이 점차 확산되고, 성인학습자는 물론, 초기교육 단계에 있는 학생들도 국가기관이 아닌 사교육기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교교육은 한국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학습자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혹은 인생의 중요한 변화를 겪음에 따라 학교교육의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게 될까? 몇 년에 걸쳐 추적연구를 진행하며 각각의 생애단계에서 어떻게 의미가 변하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유의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2. 생애경로를 구성하는 해석적 실천과 관련해, 많은 부분이 Improving learning through the Lifecourse에 등장하는 ‘narrative learning’이라는 개념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의 삶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하는/형성되는 의미와 그 의미를 통한 학습. 해석적 실천, 생애경로 구성에 관한 아이디어를 narrative learning에 적용하면, ‘학습생애경로가 구성되는 역동적인 과정을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니면 애초에 해석적 실천narrative learning을 거의 비슷한 개념으로 파악할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