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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리뷰

[논문] 생애사 해석













2011년 봄학기 교육과 생애사 리뷰페이퍼

 
 

Garrick, J. (1999). Doubting the philosophical assumptions of interpretive research. International Journal of Qualitative Studies in Education, 12(2), 147-156.


St. Pierre, E. A. (2009). Afterword: Decentering voice in qualitative inquiry. In A. Y. Jackson & L. A. Mazzei (Eds.), Voice in qualitative inquiry : challenging conventional, interpretive, and critical conceptions in qualitative research (pp. 221-236). London and New York: Routledge.


Packer, M. J. (2011). The science of qualitative research.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ch. 5




생애사 인터뷰 해석



생애사 연구도, 그리고 다른 수업에서 하고 있는 현장 연구도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부쩍 그래도 자료 수집할 때가 행복했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자료 수집에 관해서도 고민할 내용이 많았지만, 그래서 이렇게 모아놓은 자료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풀어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니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다.

 

이번에 읽은 글들은 그런 어려움에 대해 실마리를 준다기 보다는 더욱 많은 고민들을 던져주었다. 연구 참여자의 목소리가 마치 진리를 대변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없고, 아무리 생애사 연구라고 해도 참여자 개인에게만 집중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면 과연 생애사 연구는 무엇을 중심에 두고 해나가는 것일까? 나름대로 떠오른 답은 역시 연구 질문이 무엇인지, 연구자가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참여자의 기억은 분명히 왜곡될 수 있다. 그런데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애사 연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자료라고 할 수 있는 연구 참여자의 목소리에도 충분히 의존할 수 없다면, 결국 자료의 신빙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의 질문이 만들어놓은 무대 위에 여러 자료들을 어떻게 배치해서 보여줄 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무대 위에는 분명 참여자와 면담을 통해 얻은 자료뿐만 아니라 참여자, 연구자, 연구 질문을 둘러싼 역사적 사회적 자료들 역시 같이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그런 자료들의 배치, 혹은 해석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올 수 있는가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두 가지 어려움을 발견한다. 하나는 저런 공감적 타당성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어떻게 쓸 수 있을지, 즉 실제로 제가 신빙성 있는 연구결과를 어떻게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이건 사실 다른 연구들을 많이 읽어보고, 또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하나는 좀 더 극단적으로 나아가, 연구 활동 자체에 대한 고민이다. 모든 것들이 불확실하고, 우연적이라는, ‘정확하고 올바른인식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상을 우리가 인정한다면, 진리 추구가 목적이라는 학문은 어떻게 가능할 것일까? 아니면 그런 불확정성에 대한 판단을 때로는 버리고, 그래도 이 정도면 우리가 합의할 수 있는 진리의 의미가 있다고 타협할 수 있는 것일까? 누군가 그랬듯, ‘탈근대적으로 상상하고, 근대적으로 행동할수 있다면 연구라는 작업은 탈근대적 상상과 근대적 행동이 만나는 작업으로 볼 수 있는 것일지, 열심히 자료를 수집하는 동안은 별 생각이 없다가 다시금 연구 작업전체를 마주하려다 보니 이런 고민들이 떠오른다.

 

이런 고민들과 별개로 Garrick의 글을 읽으면서 표로 제시됐던 여러 학문적 패러다임들 중에 어떤 것이 교육학 연구에 가장 적합할 지, 읽으면서 저 혼자 이것저것 넣어보는게 조금 흥미로웠다. 특히“Can postmodern doubt be useful in education research, and if so, precisely how?” 라는 질문은 생각해볼 점이 많다. 그런데 만약 교육학이 discipline으로서 강한고유의 방법론과 관점을 가지고 있다기보다, field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학문이라면, 어떤 패러다임에서의 접근이 가장 좋다 아니다는 무의미한 질문일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조금 구체적인 연구 작업과 관련해 떠오른 질문이 있다. 생애사 연구자료로서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 대한 것이다. 교사의 생애사를 연구한다면 그 교사가 처해있는 역사적, 사회적 조건들 역시 자료가 충분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들을 연구 참여자의 삶과 어떻게관계시킬 수 있을지 조금 고민이 된다. 만약 참여자가 직접 언급을 했다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다면 그게 그냥 연구자의 망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다른 질적 연구 수업에서 했던 과제 중에 연구 참여자들, 혹은 연구현장의 구체적인 실천/담론들과, 그것들 이면에 깔려 있는 사회구조적인 조건에 관한 일반화된담론들을 연결시키는 작업이 있다. 현장의 참여자들은 별로 그렇게 생각을 안 하고 있는데, 연구자가 굳이 큰 담론과 현장을 연결해 의미부여를 한다는 생각이 좀 들었다. (예를 들면, 내가 연구하고 있는 현장에서는 공동체에 대해서 굉장히 강조를 하고 있고 서로 평등한 의사소통과 따뜻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여러 제도적 장치들을 두고 있는데, 나는 그러한 모습의 이면에 과도한 스펙경쟁으로 파편화된 대학생들의 삶의 조건 속에서 따뜻함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인터뷰를 해보면 그냥 선배들이 그렇게 하고 또 해보니까 좋아서 그런 것들을 이어간다고 하니까) 과제니까 무리해서라도 일단 해본 것이었지만, 그런 작업들이 연구에 반영되어도 좋은 것일까, 많은 고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