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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리뷰

[논문] 생애사 분석













2011년 봄학기 교육과 생애사 리뷰페이퍼

 
 

Bové, P. A. (1995). Discourse. In F. Lentricchia & T. McLaughlin (Eds.), Critical terms for literary study (2nd ed., pp. 50-65).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Cole, A. L., & Knowles, J. G. (2001). Lives in context : the art of life history research. Walnut Creek, CA: AltaMira Press. ch. 5-6.


Packer, M. J. (2011). The science of qualitative research.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ch. 4




생애사 인터뷰 분석



이 읽기자료들은 세 가지가 모두 조금씩 다른 차원, 혹은 층위의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에서 해석학의 역사와 쟁점을 다룬 Packer의 글이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다. 슐라이어마허-딜타이-가다머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조금씩 해석이 무엇인지, ‘의미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나아가 연구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들이 나오는 것을 보니 질적 연구가 기초하고 있는 철학적 기초로서 해석학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하게 된 느낌이 든다. 이런 해석학의 논의와 별개로 푸코나 들뢰즈와 같은 현대철학자들의 사상이 질적 연구에 주는 시사점이 있을 것 같다.

 

마침 Bove의 글에서 푸코와 관련해 담론을 다루고 있어서 읽어보았는데 조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푸코와 담론에 관련된 다른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곽영순 선생님의 질적 연구 책에 보니 이런 내용이 있다.

 

요컨대, 언어는 실제 세계를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진술하는 통로가 아니라

언어적 기술이 세상을 구성해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연구자들이 하는 이론작업도 결국 세상을, 혹은 어떤 진리를 설명해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구성하는 작업이 되는 것 같다. 여기에서 나는 약간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의 차이를 느꼈다. 물론 양적 연구 역시 그 자체로 어떤 실천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계량화된 지표를 통해 어떤 구조의 모습을 그리는 양적 연구보다는 참여자와 직접 대면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이해한 바를 글쓰기로 풀어내는 질적 연구가 좀 더 실천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폴 윌리스는 <학교와 계급재생산>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화적 수준에 대한 규명과 이해는 그것을 더 자기각성 쪽으로 그리하여 정치적인 것 쪽으로 끌어와서, 문화적인 것이 물질적 힘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그 결과의 물질성 내에서 인식하려는 행동이다.”

 

그리고 곽영순 선생님의 책에서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연구를 통해 세상을 바꾼다는 태도를 제시하고 있다. 연구자가 온전히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또 연구를 통해 현상을 설명하는 것만 의도한다고 해도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실천의 하나로서 연구를 사고하는 것은 논쟁적일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해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요즘 조용환 선생님 수업시간에 주로 강조되는 내용은 연구자의 문제의식만으로는 포착하지 못했는데 참여자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것들이 혹시 말해주는 것은 없는지 잘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실습을 진행할수록 나의 문제의식, 연구문제와 문화적/정치적 배경들, 그리고 현장 혹은 참여자가 말해주는 것들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 혹은 이걸 이해한다는 게 대체 뭘까라는 생각이 계속 떠오른다.

 

또 푸코가 말했던 고고학’, 그리고 계보학이라는 방법론과 생애사 연구가 조금 비슷해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시대에 따라 어떤 담론이 형성되고, 시대의 변환에 따른 담론의 변환을 기술하는 작업이 고고학이고, 무언가를 생성시킨 발생학적 과정을 들추어내는 것이 계보학이라고 한다면, 생애사 연구와 고고학, 계보학이 가지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훌륭한 교사의 생애사를 예로 들어보면, 교사가 가지고 있는 어떤 태도가 어떻게 형성이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계기(개인적, 시대적 변화?)를 통해서 삶에, 태도에 변화가 있었는지를 찾아본다면 고고학과 가까울 수 있을 것 같고, ‘훌륭한 교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어떤 사회적인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깨나가는 관점에서 현재 훌륭한 교사라고 평가 받는 이들의 삶을 역추적하는 과정이라면 계보학과 가까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역사적 기록을 들춘다고 했을 때에도 생애사 연구는 연구자의 해석에 앞서 참여자의 해석이라는 과정을 통해 가공된 자료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푸코가 했던 작업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고, 분명히 고고학이나 계보학과 구별되는 생애사만의 특징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뷰 분석작업에 들어가고 조금 있으면 글을 써야 하는데 이런 내용을 미리 공부했더라면 인터뷰를 할 때부터 좀 더 잘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공부를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