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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리뷰

[논문] 기억과 생애사













2011년 봄학기 교육과 생애사 리뷰페이퍼

 

McLeod, J., & Thomson, R. (2009). Researching social change: qualitative approaches. London ; Thousand Oaks, Calif.: SAGE. ch. 2 


Schacter, D. L. 박미자 역. (2006). 기억의 일곱 가지 죄악. 파주: 한승. 8


Frisch, M. (2008). Three dimensions and more: Oral history beyond the paradox of method. In S. N. Hesse-Biber & P. Leavy (Eds.), Handbook of emergent methods (pp. 221-238). New York: Guilford Press.




기억과 생애사



구자가 한 사람의 생애사를 연구한다고 했을 때, 가장 핵심적인 연구자료는 참여자가 직접 구술하는 면담자료일 것이다. 물론 그 외에도 다른 사람들의 증언, 참여자와 관련된 문헌 등등이 다른 자료로 포함될 수는 있지만 역시 가장 줄기를 이루는 것은 참여자 자신의 회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의 기억이 항상 정확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기억의 일곱 가지 죄악>에도 언급되듯, 참여자가 회상하는 생애사는 일어났던 사실 그대로라기보다는, 수많은 오귀인과 편향된 해석이 가미된 것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생애사 연구는 어떻게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꺼내볼 필요가 있다. ‘일반화의 문제에 관한 논쟁도 있지만, ‘자료의 오염이라는 차원에서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는 것. 일단 단순하게 생각해보자면, 어떤 시시콜콜한 사실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실들에 참여자가 부여하는 의미가 중요하다는 식으로 답변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내가 만나는 선생님은 교직생활 18년차이신데, 교사로서 수업을 시작한 첫 해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얘기해주시면서 그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설명해주셨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에피소드가 몇 월 몇 일 몇 시에 어디서 일어났는지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에피소드로 인해 선생님이 무슨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또 그 당시에 어떤 의미가 있었다는 것조차 20여년이 지난 지금 현재의 해석이기에 그동안 기억이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결국 연구를 통해 답을 찾고자 하는 연구 질문이 현재에 기초하고 있다면, 20년 전 과거의 해석이 어땠는지를 정확하게 기억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왜 현재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정확한 연대기를 만든다거나 고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회적/학문적인 의미를 가지는 연구를 하는 것이라면, 비록 과거의 일에 대한 자료라고 할지라도 그 연구 질문이 기초하고 있는 현재의 해석을 통해 바라보는 것이 의미 있다는 뜻이다. <빅피쉬> 감상문에도 인용했지만 조용환 선생님의 책에 보면 이런 문구가 나온다.

 

우리는 쓴 사람이 뭔가를 숨기거나 과장-축소하거나 변형하는 일 자체보다는

어떤 내용에 대해서 그렇게 하는지와 왜 그렇게 하는지를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같은 일에 대한 발언이 너무 오락가락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심각한 왜곡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자료로서의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너무 정확한 기억에만 집착하는 것은 생애사 연구에서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의식과는 별도로 Frisch의 글을 읽으면서는 (비록 글 전체의 흐름에서 살짝 벗어난 얘기지만) 기억의 편향이, 혹은 개인이 생애사를 회술 하는 방식이 문화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연구해보면 그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애사 연구를 굳이 구분하자면 어느 정도 individual-oriented한 것 같은데 참여자가 섬처럼 혼자 떠있는 개인이 아니고서야 참여자의 생애를 둘러싼 사회적인 요소들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물론 참여자의 기억 속에서 그 사회적인 요소들을 뽑아낼 수도 있겠지만(그리고 회상 과정에서 그런 요소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지만) 과연 참여자가 말하지 않는 부분들까지 연구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일까? 라는 질문도 떠오른다.

 

이런 질문들 외에 사실 Frisch의 글은 조금 복잡하고 어려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직 생애사 연구의 프로토콜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학기에 질적 연구 실습을 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연구결과물을 보고 공부하는 것과 연구의 방법, 연구의 과정을 익히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과정은 아니지만, 바로 연결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질적 연구 결과물들을 읽으면서 질적 연구에 대해 익히고, 질적 연구 방법론 책을 보는 것과는 별개로 실습은 실습 나름대로 또 다른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두 번째 인터뷰를 앞두고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고민하며 첫 번째 인터뷰를 분석하다 보니 조금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혹시 생애사 연구의 진행이 대체로 어떻게 되는지 사례와 함께 제시되어 있는 교재나 연구물이 없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알고 싶다. ㅠㅠ

 

특정한 글과 생애사라는 연구방법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요즘 질적 연구에 있어 내 고민 중에 하나는 연구 질문에 관한 것이다. McLeod Thomson의 글에서도 연구 질문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좋은 연구 질문을 만들어내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연구자가 연구 질문에 갇히지않고 풍부한 의미를 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건 조용환 선생님께서 요즘 특히 강조하시는 건데 너무 연구자의 관점에서 뭘 캐오려고 하지 말고, 현장에서, 혹은 참여자가 하는 말 속에서 어떤 의미가 떠오르지는 않는지잘 들여다보라고 하시더라. 그냥 현장 연구도 마찬가지겠지만 연구자의 질문과 참여자의 대답이 연구 방법의 핵심인 생애사 연구에서는 더욱 연구자의 프레임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연구의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좀 더 참여자로부터 풍부한 논의를 끌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