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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리뷰

[논문] 학습경험의 개념화(Stephen Billet)













2010년 가을학기 성인학습자연구 리뷰페이퍼


Billett, S. (2009). Conceptualizing learning experiences: Contributions and mediations of the social, personal, and brute. Mind, Culture, and Activity, 16(1), 32 - 47. 
 




학습경험의 개념화와 관련된 몇 가지 의문



학습과 관련된 은유들을 공부하면서 인상 깊었던 몇 가지들 중 하나가 바로 학습에서 사회와 개인의 관계였다. Billet의 논문은 다시금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다가왔다.


Billet는 이 논문에서 개인의 학습경험에 관여하는 요소들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그 요소들에는 당연히 우리들이 가지는 통념대로 개인을 둘러싼 환경(사회/물리적 세계)이 있을 것이고, 경험에 앞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인식도 포함될 것이다. 여기서 Billet는 이 두 가지 요소가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환경이 제시하는 것을 개인이 그냥 받아들인다기보다는 무언가 개인 나름의 방식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논문의 제목과 관련지어보자면 사회/물리적 세계가 제시하는 내용(Social)이 있는 거고, 그걸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개인의 해석’(Personal)이 관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Brute한 요소들 역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 세 가지 요소가 뒤섞이는 와중에 개인의 학습은 물론, 사회/문화적인 변화까지 이뤄진다는 것이 이 논문의 핵심 아이디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Billet가 말하는 Brute한 요소들이 구체적으로 경험이라는 과정에 어떻게 관여하고 있는가? 보통 이해할 수 없는혹은 이성과 관계없는을 논하자면 감정이나 무의식이 떠오르는데, Billet의 경우 disabilityaging만을 예로 들고 있어서인지 뭔가 좀 빠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런 것들이 우리의 경험에 모종의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설명이 될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다른 수업시간에 Reflection을 다루면서 감정이나 무의식이 Reflection에 영향을 준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논의가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계속 궁금했던 것은 Reflection을 하게 되는 계기나, Reflection을 통해 나온 결과에 감정/무의식이 포함되는 것과 Reflect하는 과정 그 자체에 감정/무의식이 영향을 끼치는 것은 조금 다르지 않나라는 점이었다. Billet의 논의는 분명 후자와 관련된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게 해소되지 않아 조금 답답하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단순한 해석상의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 논문의 저자는 개인이 만나는(encounter) 세계와 경험하는(experience) 세계를 구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경험하지 않으면서 만난다는 것이 가능한가? 혹시 encounter라는 단어를 사회물리적 세계가 개인에게 무언가를 제시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해도, 어쨌든 개인의 입장에서는 결국 모든 것들은 experience되는 것이 아닌지


궁금한 점과 별개로 이 논문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환경이 개인에게 무언가를 제시할 때, 개인이 그것을 나름의 해석을 통해서 받아들인다는, 어떻게 보면 조금 식상할 수 있는 명제를, 그 과정 속에 포함된 구체적인 요소들 하나하나를 들어가면서 풀어나갔다는 점이다. 요즘에는 어떠한 현상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3의 길을 찾는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환경혹은 개인중 하나만을 강조하는 틀에서 벗어나 그들 사이의 관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질적으로 다른 인식을 열어주는 것 같다. 물론 그냥 단순하게 A도 맞고 B도 맞다고 한 것이 아니라 AB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세세하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기에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좀 더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름대로 앞으로도 쭉 고민해볼만한 내용이 한 가지 있다. 환경과 개인이 서로 단순히 영향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환경이 제시하는 것을 개인 나름대로 해석하고, 그러한 개인의 경험에는 또 환경이 영향을 끼친다는 것과 관련해서 다른 강의에서 나왔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학문의 대상이 먼저냐, 연구자의 관점이 먼저냐라는 논의를 하다가 나온 얘기였다. 누군가 장애인이라는 대상을 본다고 했을 때, 특별한 경험이 없다면 아마 별 생각이 없거나 그냥 불편한가보다, 라는 정도의 느낌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장애인이 비장애인들이 편하게 가는 길을 불편하게 돌아간다거나 다른 무언가 차별받는 것을 보게 된다면, 혹은 얼마 전 한 주간지의 특집에서 다룬 바대로 그/녀들도 성()에 관해 비장애인들과 다를 바 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다음에 장애인을 다시 볼 때에는 예전에 봤던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보일 것이다. 경험이 바뀌었기 때문에 장애인의 모습(환경이 제시하는 것)이 같을지라도, 그게 개인에겐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의미이다.


결국 사회와 개인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아이디어가 Billet의 설명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지금 굉장히 거친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어서 앞으로 조금 더 공부해보면 좋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어느 정도 수준의 철학적 소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커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