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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여자만 (인사동)













내가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정한 과정은 꽤나 우연의 연속이었고 사실 학부시절에 현재 지도교수님의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어떤 분인지는 출판하신 논문과 나에게 대학원에 갈거면 이 선생님에게 가라고 추천해주신 다른 선생님의 짧은 평가로만 짐작할 수 있었다는... 여튼 선생님이 이 동네도 그렇고 서울에 있는 여러 맛집을 알고 계시는 것도 참 좋다.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오던 늦가을의 어느날, 다른 제자 두 분과 등산을 마치고 그 길로 뒷풀이(-_-;;)를 하시는 길에 합류한 적이 있다. 앞서 포스트했던 장군집도 이날이었는데 아무튼 이 날 꼬막을 양념에 무치지 않고 데친 채로 먹는 걸 처음 경험했다(벌교식?). 그리고 시간이 흘러흘러 2010년 2학기 종강모임을 종로에서 하게 되었는데 교수님의 강추로 가게 된 이곳 '여자만'


female only 라는 뜻이 아니고 벌교 근처에 있는 만(bay)의 이름이라고 한다. 연말이라 모임이 많아서도 그랬겠지만 거의 20분 가까이 밖에서 기다려서 들어갔다. 인기있는 집의 포쓰 ㄷㄷ 한옥 기와집을 개조해서 한식당으로 개조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뭔가 운치도 있더라 +_+


사실 처음 꼬막을 데쳐먹는다고 했을 때는 맛이 좀 싱겁기도 했고 까먹는 것이 번거로워 거의 먹지 않았었다. 하지만 눈 앞에 열린 여자만의 꼬막... 이것은 신세계 ㅠ_ㅜ '짭조름하다'는 게 딱 이런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교수님) 소견에 따르면 삶는 법이 정말 중요하다고


함께 먹은 녹차막걸리가 그렇게 맛있진 않았지만 젓가락 들고 열심히 까먹었다. -_-;;; 확실히 내가 사는 동네(신림동)에는 20대가 대부분인지라 이렇게 어른들(?)이 좋아할만한 음식을 파는 곳이 없긴 하다. 포장마차 이런 것도 드라마에서만 봤지 실제로 가본 적이 없고.. 

물론 인사동까지 꼬막 먹으러 원정을 가는 것은 내가 절대 할 것 같지 않은 일 베스트에 들겠지만, 종로 쪽에서 약속이 잡히면 한번쯤 같이 가자고 할만한 집인 것 같다. 한식당이라 한정식 코스도 있다는 +_+



ps1 아 그리고 이날 지진희 봤다!!!! 이미례 감독이 하는 식당이라 영화인들도 자주 오는 것 같더라. 포쓰!!!

ps2 아래는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한 번 읽어주신 적 있는 박노해 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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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 

벌교 중학교 동창생 광석이가
꼬막 한 말을 부쳐왔다

꼬막을 삶는 일은 엄숙한 일
이 섬세한 남도南道의 살림 성사聖事는
타지 처자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모처럼 팔을 걷고 옛 기억을 살리며
싸목싸목 참꼬막을 삶는다

둥근 상에 수북이 삶은 꼬막을 두고
어여 모여 꼬막을 까먹는다

이 또롱또롱하고 짭조름하고 졸깃거리는 맛
나가 한겨울에 이걸 못 묵으면 몸살헌다

친구야 고맙다
나는 겨울이면 니가 젤 좋아부러
감사전화를 했더니
찬바람 부는 갯벌 바닷가에서 
광석이 목소리가 긴 뻘 그림자다

우리 벌교 꼬막도 예전 같지 않다야
수확량이 솔찬히 줄어부렀어야
아니 아니 갯벌이 오염돼서만이 아니고
긍께 머시냐 태풍 때문이 아니것냐
요 몇 년 동안 우리 여자만에 말이시
태풍이 안 오셨다는 거 아니여

큰 태풍이 읍써서 바다와 갯벌이 
한번 시원히 뒤집히지 않응께 말이여
꼬막들이 영 시원찮다야

근디 자넨 좀 어쩌께 지냉가
자네가 감옥 안 가고 몸 성한께 좋긴 하네만
이 놈의 시대가 말이여, 너무 오래 태풍이 읍써어
정권 왔다니 갔다니 깔짝대는 거 말고 말여
썩은 것들 한번 깨끗이 갈아엎는 태풍이 읍써어

어이 친구, 자네 죽었능가 살았능가

- 박노해 시인의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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