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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노래

[앨범] 브로콜리너마저 2집 '졸업'












브로콜리너마저 2집 <졸업>


시작은 계피의 부재에 대한 평가였다. 브로콜리너마저가 '뜨기' 전인 나의 학부생 시절,  학교에서 처음 '안돼요~'로 시작하는 <앵콜요청금지>를 들었던 게 브로콜리너마저라는 밴드를 좋아하게 되었던 계기였다. 물론 브로콜리너마저는 <앵콜요청금지>만이 대표곡이 아니며, 밴드는 보컬(그리고 보컬은 덕원도 있으니)만으로 규정되는 집단도 아니다. 무엇보다 브로콜리너마저의 강점은 '곡'그 자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계피의 부재로 인해 그녀가 일으키던 어떤 특정한 감정마저 브로콜리너마저의 노래에서 사라진 것은 분명하다. 그것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히 감출 수가 없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계피의 목소리'가 삽입된 버전으로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브로콜리너마저의 2집 앨범은 이제 계피가 없지만 그 자체로 완전한 브로콜리너마저를 보여주고 있다. EP로 나왔던 <잔인한 4월>과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와는 뭔가 달라진(좀 더 밝아진 느낌이랄까) 덕원의 보컬도 좋고 간간이 삽입된 류지의 보컬은 라이브를 기대하게끔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졸업>의 사운드와 <마음의 문제>의 가사(아 이건 진짜 들려주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가 가장 좋았는데 브로콜리너마저 1집을 들었을 때를 돌이켜보면 언제 가장 좋은 노래가 있다 뿐이지, 섣불리 Best를 고를 수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내가 브로콜리너마저 1집을 나오자마자 주문하고 몇날을 CD로 돌려들었던 그때의 감흥까진 아니라는 것.. 그건 이들이 들려주는 방향과 내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뭐 내가 바라보는 방향을 사운드로 듣고 싶다면 내가 노래를 만들어야겠지 -_-ㅋ

실은 걱정했다.  계피의 부재와 1집과 2집 사이에 나온 <잔인한 4월>이나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에 대한 개인적인 저평가로 인해 기대가 크지 않았고 앨범 예약도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돈 없는게 컸지만 -_-) 하지만 좋아하는 밴드에 여전히 브로콜리너마저를 적을 수 있다.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계피는 가을방학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