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본 책을 내기 위한 편집 과정에서 이모의 삶을 부각시키기 위해 내가 이
강좌를 듣고 이모를 인터뷰하는 작업을 시작하게된 맥락을 삭제하기로 했다.
이건 삭제 전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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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를 듣고 이모를 인터뷰하는 작업을 시작하게된 맥락을 삭제하기로 했다.
이건 삭제 전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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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와 우리가 함께 술을 마실 때, 사실 공통화제는 그렇게 많지 않다. 자연스레 우리가 말하고 이모가 듣거나, 이모가 말하고 우리가 맞장구를 친다. 이모는 자영업자로서 겪는 일들 - 동네에 어떤 가게가 새로 생겼다, 건물 주인이 월세로 난리친 얘기, 손님들 중 누가 진상을 부린 얘기를 하거나, 가족 이야기 - 어머니의 병수발, 자식들 사는 얘기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지금’ 이모의 사는 얘기는 가끔 듣고 있지만, 한 번도 이모의 ‘예전’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이모의 고향이 목포라는 것도 알고, 이모가 이 동네에서 장사를 한지 거의 20년이 되었다는 것도 알지만, 이모의 ‘삶’에 대해 나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는가? 명절 때 같이 부침개를 부치면서도, 때로는 같이 밥을 차려 먹으면서도,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덕담을 주고받으면서도. 이모는 ‘예전’ 이야기는 잘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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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성’의 문제와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여모 활동을 할 때도 사회구조적으로 작동하는 여/남의 성별권력 문제보다 일상적인 문화와 권력의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여모를 그만둔 이후에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새로운 공간에서 권력관계의 문제와 서로 배려하는 문화에 대해 고민하곤 했다. 그렇게 몇 년간 여성주의 ‘운동’과는 조금 떨어져, 나름대로의 원칙 아래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가자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올해 여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남성’의 문제와 마주쳤다. 내 석사 학위논문을 어떻게 할지 지도교수님과 논의하던 중에 중년 여성에 관한 주제가 나왔다. 학문적으로 의미도 있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관심이 가는 내용이라 한참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질적 연구의 특성상 연구 참여자와의 라포 형성이 중요한데, 과연 생물학적 남성인 내가 그 연구를 하는 것이 적합한지 의문이 들었다. 성별이분법에 갇히지 않는 것과 현실적으로 주어진 조건에서 나의 생물학적 성별이 가지는 한계를 인식하는 것은 구분해야 했다. 결국 그 주제로 논문을 쓰는 것은 포기했다. 그렇게 생물학적 남성의 문제와 다시 맞닥뜨리게 되자, 오래 전 여모를 떠나며 묻어두었던 고민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7년 전의 고민이 학생사회에서 ‘운동’하던 사람의 것이었다면, 지금의 고민은 학문적인 실천의 영역에서 남성연구자가 젠더 이슈를 다루는 의미와 방법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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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이 글을 읽기보다는 직접 이모를 만나서 얘기를 나누기를 권하고 싶다. 왜냐면 이모는 “니기들 정 때문에, 말동무하는 재미에” 사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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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인터뷰 내용이 담긴 글은 비공개로 게시. 링크: http://wintree.tistory.com/177
다운을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realmbl@한멜)/트위터(@wintree77)로 연락주시면 비번 보내드리겠습니다.
(저와 친분이 없는 분들도 녹두호프 이모를 아시고,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메일이나 멘션주세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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